김신/디자인 칼럼리스트
김신/디자인 칼럼리스트

 

 디자인이 예술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예술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대중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제시해서 낯설게 하거나 놀라게 만든다. 그것을 넘어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디자인이란 가장 앞서가되 대중이 수용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대중이 원하는 것과 그들의 취향에 민감하다. 예술은 취향의 첨단에 있다는 것을 대중 앞에서 과시함으로써 숭배받기를 원한다. 반면에 디자인은 대중과 소통하려고 한다.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박주석 해남 디자인전’은 이처럼 소통하고자 하는 디자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박주석은 해남이 계획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와 이벤트들, 그리고 해남의 문화적 자산들을 대상으로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이처럼 디자인은 그것을 감상하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 군청의 나무 이미지와 해남을 상징하는 ㅎ 로고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이미지를 보는 해남의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친근함을 느낄 것이다. 해남을 잘 모르는 나 같은 외지인이 느끼는 것과 해남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다를 것이다. 해남의 문화유산과 지역 프로젝트에 낯선 나는 그것을 무심하게 감상한다. 즉 그 내용보다는 형식에 이끌린다. 이것은 외모만 보고 그 마음을 보지 못하는 반쪽자리 감상일 것이다. 내용을 충분히 감상하려면 누군가의 해설이 필요하다. 

 반면에 해남을 잘 아는 사람, 해남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포스터의 형식보다는 그것이 다루는 내용에 먼저 이끌린다. 그런 다음 내용을 표현하는 형식적 세련됨이나 고유함을 느끼는 미적 감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넘어 영화와 연극, 춤, 노래, 활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컨텐츠는 감상의 방향이 내용에서 형식으로 이동할 때 충만해질 수 있다. 

 활자를 예로 들어보자. 나에게 낯선 태국 문자를 보면 나는 그 뜻을 전혀 알 수 없다. 뜻을 모르면 활자의 모양만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활자의 형식만을 느낀 것이므로 활자에 대한 온전한 감상이라고 할 수 없다. 
박주석의 포스터도 그렇지 않을까? 해남인들에게 좀 더 온전하고 충만한 감상을 선사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소통을 통해 공감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디자인 전문가지만 해남인들만큼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박주석은 이런 소통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남에 제안한다. 해남을 상징하는 ㅎ 로고타입, 그리고 해남 클립 같은 활자 디자인은 전체적인 제안의 상징으로 보인다. 해남의 발전을 위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인 셈이다. 

 해남은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오늘날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국토의 균형발전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지역은 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노인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해남으로 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주석의 이번 전시는 그것을 고민하고 해법을 제안하려는 계획의 씨앗처럼 보인다. ‘지속가능한 해남’이야말로 이번 전시의 핵심적인 메시지인 듯하다. 해남이 가진 것들, 그 고유한 문화적 자산, 그리고 물리적 자원을 활용한 발전이 궁극적으로 박주석이 이번 전시에서 바라는 바일 것이다. 

 지역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돌아온다. 그런 발전의 계기는 역시 문화적 전환이 아닐까? 박주석 포스터 전시는 그런 문화적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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