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트랜드…특화거리, 역사 깊어도 성공 어렵다

 1900년대 중·후반 조성되기 시작한 특화거리는 소비자 입장에선 여러 매장을 들러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판매자 입장에서도 물류 서비스 등을 공유하며 집적 효과를 누리는 장점이 있었다. 
서울에도 수많은 특화거리가 있다. 반짝 유행으로 생긴 거리도 있지만 대부분 역사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업공간을 한데 묶어 특화거리가 형성됐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의 확장과 소비 패턴의 및 유행의 변화로 특화거리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또 변화에 뒤져 쇠락의 길을 걷는 곳도 있다. 특히 온라인 시장의 저렴한 가격과 배송 서비스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일으켰고 이는 발품을 팔아 상점으로 향하는 소비자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특화거리 상점들의 자연스러운 업종변화에 이어 특화거리의 응집력을 약화시켜 쇠락의 길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
수입산과 온라인에 막혀

 

수제화 관련 공장과 상점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성수동 수제화특화거리만의 장점도 희석되고 있다. 
수제화 관련 공장과 상점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성수동 수제화특화거리만의 장점도 희석되고 있다.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한때 한국의 수제화 산업을 이끌던 중심지였다. 그러나 글로벌화와 온라인 시장의 확장으로 명맥이 끓어질 위기에 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1970~1980년대 명동에 자리 잡은 양화점들이 1990년대 금융위기를 겪으며,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성수동으로 옮겨오면서 1970년대부터 조성된 성수동 구두 산업은 더욱 커지게 됐다. 
수제화 성지답게 수제화 업체는 물론 피혁업체, 부자재 업체들이 넘쳐났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판매되는 80% 상당의 수제화가 성수동에서 만들어질 정도로 성황을 누렸다. 
2010년, 성수동에 등록된 수제화 공장만 500여곳에 달했고, 이에 성동구청은 성수동 일대를 수제화 특화거리로 조성해 중소업체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당시는 납품을 주로 하는 생산공장들이 대다수였지만 특화거리로 조성되면 판매기능과 함께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의 지원이었다. 
사업이 본격화됐던 2012년,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는 구두를 테마로 한 전시관을 비롯해 체험관, 갤러리 등을 갖춘 ‘구두테마역’도 조성됐다. 
또 성수역 아래에는 수제화 상점만으로 이뤄진 거리가 조성됐고 수제화거리에는 수제화의 꿈을 표현만 구두테마 조형물 ‘고양이의 빨간 꿈’이 설치되는 등 수제화 특화거리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사업이 추진됐다. 
특히 성수동 수제화 거리와 맞물려 조성된 성수동 카페거리에는 글로벌브랜드인 블루보틀 1호점이 들어서면서 대로변뿐 아니라 골목 안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따라서 이곳은 옛 모습의 중소 제조공장과 최신 카페가 어우러져 청년층의 핫한 장소로 떠올랐고, 성수동의 장인들은 높은 기술력과 정교한 손재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20년부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골목 안 수많은 피혁 공장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하나둘 문을 닫았고 지금은 예쁜 가게들 사이사이에 수제화 업체, 피혁 업체, 부자재 업체들의 간판만 남아 있는 상태다. 
떠난 자리에 새로 생긴 가게들은 수제화와 전혀 관련이 없는 편의점과 카페, 제과점, PC방, 팝업스토어가 잠식했고 대로변에 몇몇 수제화 상점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더욱이 온라인 시장의 확장으로 2010년대에는 패스트패션의 유행과 함께 소비자들의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수제화의 수요까지 급감했다. 
성수동 장인들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많은 공방이 문을 닫고,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아현동 웨딩의 거리
시대 변화 막지 못해

 

아현동 웨딩의거리는 강남의 웨딩거리에 밀려 문을 닫은 상가가 늘고 있다.
아현동 웨딩의거리는 강남의 웨딩거리에 밀려 문을 닫은 상가가 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특화거리는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다양한 매장을 들러 가격을 비교하고 또 입어보거나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컸다. 또 판매자 입장에서도 물류의 운송과 동일 업종의 집적화 효과를 통한 혜택을 누렸다. 
특히 웨딩 사업은 평생에 한 번 있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소비자의 깐깐한 소비가 동반된 사업으로 특화거리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과거 아현동 웨딩거리는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이대역 사이에 위치한 100곳에 이르는 웨딩드레스숍과 한복집, 메이크업숍, 스튜디오숍 등이 밀집한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 웨딩드레스숍의 수는 30여 곳으로 급감했고, 그마저도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2010년도 쇠락 초기에는 상인들이 혼인율 감소와 경기 불황이 주된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단순히 혼인율 감소만이 원인은 아니었다. 
아현동 웨딩거리는 청담동 웨딩거리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고 이들은 웨딩홀, 드레스, 스튜디오, 메이크업 등 결혼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웨딩플래너가 등장하면서 웨딩거리의 존재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온라인쇼핑의 확산으로 웨딩거리의 장점이었던 가격 경쟁력도 크게 약화됐다. 온라인 쇼핑몰과 종합 쇼핑몰의 증가로 특화거리를 찾지 않아도 소비자는 알뜰 쇼핑 기회가 많아졌다. 과거에는 한 곳에서 다양한 가격과 상품을 비교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격 담합 등의 이유로 오히려 특화거리에 대한 반감도 생겨나고 있다.
아현동 웨딩거리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의 마지막 보루였던 재개발에 큰 기대를 걸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상권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 계산이었지만, 재개발은 오히려 상권을 더욱 쇠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아현동 웨딩거리의 많은 건물이 재건축 조합원들의 매입·철거 절차로 인해 위기에 처했고. 또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아예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 수순을 밟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아현 웨딩거리는 결혼식에 필요한 의복보다는 파티복이나 연주복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는 거리로 변했고 100여개가 넘던 웨딩점포도 30여개로 줄었다. 
또 무엇보다 강남 청담동이나 압구정에 예식장이나 메이크업샷, 드레스 등 웨딩 업체가 대거 몰리면서 웨딩은 곧 강남이라는 인식마저 굳건히 자리해 아현동 웨딩거리는 특별한 해답조차 찾지 못한 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조형물만 달랑 조성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아동인구 감소와 온라인 판매로 인해 오가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아동인구 감소와 온라인 판매로 인해 오가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낱개로 볼펜이나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을 파는 가게가 하나둘 모여 7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고, 초기에는 학용품에서 출발했지만 어린 학생들이 많이 오가면서 점차 완구로 업종이 확장됐다.
‘대한민국에 창신동 시장을 거치지 않은 문구와 완구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도매상과 소비자가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동인구 감소와 온라인 시장의 확장으로 쇠락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실제 아동인구 감소로 전국 문구소매점의 수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매년 전국에서 800~900여개의 문구소매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상인들 중 도매에 의존한 곳은 대부분 폐업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또 남아 있는 상인들 중에도 전문 피규어샵이나 레고, 중국산 장난감 등 특정 품목을 전문화한 상점이 아니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었고, 더욱이 소비자 입장에선 규격화된 장남감을 구매할 때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하기보단 온라인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더 편하고 저렴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곧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손님들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관광특구 활성화 사업계획’을 통해 동대문 완구시장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동대문 완구시장 입구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종로·청계 관광특구 일대 관광환경을 개선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동대문문구완구거리가 특화거리로 조성되지만 도로를 정비하고 조형물을 세우는데 그쳤다. 
조형물 설치와 경관정비는 특화거리 조성에 있어 행정에서 선택하기 가장 편리한 진행방식이며 가장 실패가 많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대처에 상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시장 활성화에 가장 시급한 화장실, 주차장 확보와 같은 기초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 특화거리 조성사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치된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현재 동묘시장과 동대문종합시장을 향하는 인파로 사람이 많은 듯 보이지만 실제 매출은 5년 전에 비해 반토막 이상 감소했다. 
가끔 외국인의 관광차가 들르거나, 일부 대형 장난감마트에만 손님이 몰릴 뿐이다. 사실상 2~3곳의 상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릿세 감당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쇼핑이라는 단순한 소재만으로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사례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특화거리는 반드시 문화적 특성이 병합돼야 하며 이러한 문화와 전통, 공간의 특성이 잘 혼합돼야만 장기적인 발전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김유성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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