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주체, 정체성 확립부터
우후죽순 벽화작업 중단해야
우수영 문화마을이 흉물스럽다. 돈 투자가 끝나면 다시 쇠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기에 일관성 없는 설치미술과 벽화작업들이 우후죽순 진행되면서 우수영문화마을의 정체성마저 상실시키고 있다.
우수영문화마을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돼 약 5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2016년에는 3억5000만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됐다.
이를 통해 마을 동문에서 남문까지 벽화, 조형물, 자료관, 카페, 생활사박물관, 오일장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작품과 벽화작업이 실시됐다.
이로 인해 우수영문화마을은 2016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2017년 행정안전부 주관 공동체우수사례발표 한마당에서도 최우수 공동체로 선정되는 등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리와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흉물로 전락했다. 도로변에 조성된 조형작품은 잡풀에 덮여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고, 책방이나 아카이브관, 설치 작품 미술관 등 콘텐츠도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공미술사업은 올해 6월까지 이어졌다. 개개인의 작품을 보면 모두 완성도가 높고 작품 수준도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낡고 부서진 담벼락, 사람이 없는 거리, 그 속에 불규칙하게 조성된 공공미술은 오히려 더 큰 이질감이다.
초기에는 주민해설사와 문화기획 코디네이터를 통해 마을의 역사를 알리고 주민참여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했지만, 프로젝트 이후 지원의 부족과 주민역량의 한계로 문화거리 조성 이전보다 더 큰 숙제만 남게 됐다.
우수영문화마을의 실패는 사람을 이주시키고 건물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마을을 운영할 주민역량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된 사업이었기에 돈 먹는 하마가 됐다.
문화마을은 예술인이 거주하거나 수시로 다양한 문화작품 전시, 다양한 문화행위들이 이어져야 가능한 사업이다. 그러나 우수영문화마을은 매년 벽화작업 등 하드웨어에만 집중한 대표적 실패사례로 남게 됐다.
해남군은 일단 우수영문화마을 내 공공미술 중 낡은 작품과 관리가 필요한 작품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당분간 공공미술보단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우선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우수영문화마을에 대한 마구잡이식 예술작업은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진단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