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고 대표, 공인회계사
                                    (주)마고 대표, 공인회계사

 

 2022년 한옥 스테이 와카의 운영을 시작하고 난 뒤, 와카를 오는 것을 목적으로 해남이라는 곳에 처음 와봤다는 고객이 많았다. 숙박이 관광 목적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다는 트렌드에 대한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한 팀만 묵을 수 있는 독채 숙소 하나로는 큰 흐름을 만들기는 어렵다. 해서 일을 크게 벌려보기로 마음을 먹고, 옥공예 마을에 눙눙길이라는 길을 만들어버리자 라는 포부를 갖게 됐다. 
눙눙길이라는 이름은 ‘옥’ 글자를 180도 뒤집고, 귀여운 느낌이 들도록 눙눙을 반복해 만든 이름이다. 처음엔 눙눙마을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마을과 길은 다르다. 마을은 원형으로 응집된, 응집력이 강한 만큼 다소 폐쇄적이기도 하고 신규 진입이 어려운 느낌이라면 길은 직선의, 양 끝이 열려있는 이름이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관계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지방정부가 가진 숙제의 답은 마을보다 길에 있다.
해남에서 만나게 된 다양한 친구들을 모아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서를 만들어 해남군의 문을 두드렸다. 해남에 연고도 없이 내려온 이방인인 내게 과연 그 문이 열릴까 싶었지만 문은 결국 열리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명현관 군수님은 해남에 너무 필요한 일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환영해 주셨고 미래공동체과와 함께 이 어려운 과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함께 시작했다.
첫 단계로 공모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전남형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선정된 청년 마을별로 2년간 총 3억원을 지원해 외지에 사는 청년들이 와서 지내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사업이다. 청년마을 구성원의 기획력과 의지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의 협조, 군청의 추가지원이 선정기준에 비중있게 반영되는 사업으로 23년 3월에 공모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최종 5개 팀에 선정됐다. 
우선은 비어있는 옥동초등학교 건물을 일부 고치고 이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알고 보니 옥동초등학교 건물은 구조안전등급이 매우 낮은 데다가 군 소유이기 때문에 우리가 임대를 했어도 직접 고칠 수가 없었다. 지난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경에 최종 발표가 났던 청년마을 사업의 예산이 내려오질 않았다. 신규사업이었던 만큼 집행에 대한 지침이 명확하지 않았고, 이에 전년도 선정된 다른 마을들의 결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업계획서의 예산 내역을 고치고 또 고쳐 제출했다. 최종 승인이 난 이후에도 다른 선정팀들의 수정을 기다리다 9월에서야 겨우 예산이 내려왔다. 공간도, 예산도 진행은 어렵고 시간만 흐르다 보니 마음의 조급함은 커졌고 지쳐갔다. 
이와 동시에 23년 2월 지역소멸 대응기금 협의체에 위원으로 참여해, 눙눙길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을 제안했다. 청년마을 공모사업을 준비하던 때였다. 공모사업이 붙을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공모사업은 주로 프로그램에 대한 소프트웨어 예산이었기에, 길을 만들기 위한 하드웨어 사업비가 필요했다. 옥동초 건물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옥공예마을 내의 유휴공간을 군에서 매입하고 수리해 창업공간과 거주공간으로 만들어 청년 창업자들을 유입시키는 계획이었다. 
다행히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이 가산점으로 작용했고, 다른 4개 사업과 함께 해남군은 전남 최대 금액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같은 해 11월에 들려왔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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