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영문화마을이 참담하다. 해남군은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미술과 벽화, 조형물을 이곳에 설치했다. 또 수년동안 행정력이 집중됐고 주민들의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고 방문객 조차 끓긴 우수영문화마을은 회복의 조짐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벽화는 색이 바랬고, 거리는 황량하다.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 밑에는 쓰레기가 쌓여있고 미술작품이 걸린 벽은 심하게 파손돼 내부 골조가 훤히 드러나 있다.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된 설치미술작품과 초기에만 잠깐 문을 열었던 책방은 창고로 전락했다. 예술가의 작품이 놓여 있던 공원은 사람 키만큼 자란 풀들로 간판이 없다면 이곳이 공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주민역량강화사업과 그에 따른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돼온 결과, 현재 남은 것은 사람이 오가지 않는 거리에 방치된 미술품뿐이다.
누군가의 탓을 하기 전에,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이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단지 사업을 공모하고 예산을 소비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는지, 또 일각의 주장처럼 문화예술사업이 축소되거나 지원이 끊겨 발생한 문제라면 언제까지 예산을 지원해야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행정도 사업을 이끌었던 주체도 지금 현재 우수영문화마을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수영문화마을의 역사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은 강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의 개발과 보존, 그리고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지켜나가기보단 보여주기식 미술 설치사업이 주를 이뤘고 그 결과 더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원상복구도 힘든 한마디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해남군도 더 이상의 설치미술보다는 보존에 힘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난립된 공공미술은 그 가치를 보존하기 힘들다. 특히 문화예술 주체가 없는 문화거리는 위험하다. 우수영문화마을은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인위적인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 얼마만큼 위험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기자명 해남우리신문
- 입력 2024.08.07 16:33
- 호수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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