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암일기》에는 여행의 기록이 많다. 윤이후는 지나간 장소와 만난 사람들을 빠짐없이 일기에 남겼다. 강진과 진도를 다녀온 기록. 유배지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해남에서 거제도까지 다녀온 기록도 있다. 윤이후와 함께 해남에서 한양까지 13일의 여행을 떠나 보자.
○1693년 9월23. 해남 출발. 해질무렵 영암 성안 도착. 영암군수가 마중을 나왔다. 군수가 쌀10말 콩5말 꿀 5되 미식 2되 장지2권 백지 3속을 주었다. 말도 먹여주었다. ○1693년 9월24일. 해지기 전에 나주 도착. 새 목사가 나와서 땔감과 말먹이 건초만 주었다. 전에 만난적이 있는데도 노자를 줄 생각이 없었다. 괘씸하다. ○1693년 9월25일. 북창에서 말을 먹이고 저녁에 장성에 도착했다. 현감이 마중을 나와서 말먹이 콩 7말 등을 주었다. ○1693년 9월26일. 천원에서 말을 먹이고 저녁때 정읍에 도착했다. 정읍현감이 나왔다. ○1693년 9월27일. 태인의 주막에서 말을 먹이고 금구에서 잤다. 금구현감이 왔다. ○1693년 9월28일. 삼례주막에서 말을 먹이고 여산주막에서 잤다. ○1693년 9월29일. 비가 내려서 올목에서 아침을 들고 유숙했다. 땔감을 얻고자 했으나 나졸이 성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되돌아왔다. ○1693년 10월1일. 니산의 신막에서 아침을 먹고 해 질 무렵 효가주막에 유숙했다. ○1693년 10월2일. 궁원 앞길에서 한양에서 마중나온 아들 종서를 만났다. 늙은 종이 찾아와 나에게 과일과 죽을 대접했다. 덕평에서 잤다. ○1693년 10월3일. 천안에서 아침을 먹고 성환에서 유숙했다. 서울에서 오는 해남 아전이 인사하러 왔기에 집으로 보내는 편지를 써주었다. ○1693년 10월4일. 동틀 무렵에 출발해서 갈원에서 아침을 들었다. 장소에서 잤다. ○1693년 10월5일.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출발. 사근천에서 말을 먹이고 저녁에 노호의 가묘에 성묘했다. 해남으로 가는 사람이 있어서 집으로 보내는 편지를 써주었다. 질녀(윤이구의 딸)의 집에서 잤다. ○1693년 10월6일. 이른 아침을 먹고 (한강)나루를 건넜다. 마중 나온 두서를 만났다. 남문밖 의막에 머물렀다. 참판 이시만과 그 아들 진사 이하원, 함평 현감 신감 등 20여명의 인사를 받았다. ○1693년 10월7일. 괴산에 사는 딸과 창서 종서 두서 세 아들과 세 며느리가 손자를 데리고 왔다.
(이 글은 2020년 1월에 너머북스에서 펴낸《윤이후의 지암일기》가운데에서 한양 나들이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