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봉선화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꽃 봉선화요, 다른 하나는 가곡 봉선화다. 꽃 봉선화는 아름답거나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꽃은 아니다.
그러나 가곡 봉선화는 꽃과는 전혀 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다. 가곡 봉선화는 1920년 일제강점기의 나라 잃은 슬픔과 한을 읊은 김형준의 노랫말에 홍난파가 곡을 붙여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이다.
노랫말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돼 있고, 곡조까지 잘 어울려 반복해 부르면 가슴 깊숙이 잠들었던 슬픔까지 깨어나는 오묘한 가곡이다.
봉선화 꽃의 학명은 임패션으로 ‘참을성이 없다’는 뜻이다. 원산지는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연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조선 세종 때의 문신으로 시·서·화에 능해 삼절로 유명한 강희안의「양화소록」에 자세히 기록돼 있으며 화목구등품제에서 팔등품에 올라 있다. 꽃은 민가에서 염료로 많이 이용했으며 독성이 있다.
또 봉숭화라고도 많이 부르지만 식물도감에는 금봉화, 농동우, 봉사, 지갑화 등의 이름도 갖고 있다.
꽃은 키가 60cm 이상의 고성종과 25~40cm가량의 왜성종으로 구분되며, 정원, 마당, 장독대, 담장이나 울타리 밑 등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파종은 4~5월에 하며 개화 기간은 6월부터 9월까지며 색상은 빨간색, 분홍, 보라, 흰색, 노란색이 있다. 꽃은 줄기와 길쭉한 잎 사이에 2~3개씩 피고, 암술과 수술의 구분이 뚜렷하며 꽃의 꽁지에는 작지만 꿀주머니가 있어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꽃말은 터치·미·낫 (나를 건드리지 마라)
오래전에 크게 인기를 누렸던 현철의 봉선화 연정,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는 꽃말에서 힌트를 얻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실제로 잘 익은 씨앗은 손대면 톡하고 터지면서 7m까지 날아간다.
그리고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나의 유년 시절 누나들은 꽃과 잎과 백반가루를 섞어 짓이겨 손가락에 바르고 비닐로 싸맨 후 하룻밤 자고 나면 손톱에 곱게 물들었다.
가곡 봉선화의 노랫말(가사) 전문이다.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모양이 처량하다 / 길고긴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적에 /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가고 가을바람 솔솔불어 /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모양이 처량하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형체가 없어져도 / 평화로운 꿈을꾸는 너의혼이 예있나니 /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