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황산면에 위치한 옥매광산은 일제강점기 명반석 채굴과 강제동원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이곳은 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고여 있던 비극의 현장이었다.
1945년 광복 직전, 제주로 강제동원 됐던 118인의 광부들은 배 화재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고향 땅에 돌아오지 못한 채 바다에 잠들었다. 우리는 이번 전시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을 통해 이 이야기를 예술로 꺼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옥매광산은 지금도 해남 사람들에게 중요한 장소지만, 그곳은 해남의 것이 아니다. 현재 옥매광산 저장창고는 조선대학교의 사유지로 묶여 있어 접근할 수도, 보존할 수도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주민들은 이 땅이 해남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단순히 소유권의 문제를 떠나, 이곳이 지역 공동체의 아픈 역사를 기리는 장소로서 제대로 보존되고 관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유적지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한 채 방치돼 개발과 사라짐의 위험에 처해 있다.
나는 해남에 정착한 이주민이자 기획자로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 전시를 기획하며 여러 번 스스로를 돌아봤다. ‘굴러온 돌’인 내가 과연 이들의 역사와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주민으로서 내 목소리가 이곳의 진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러나 결국 이 고민은 나를 오히려 지역과 더욱 깊은 대화로 이끌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역사적 아픔에 대해 공감하며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이 전시는 내가 해남과 주민들에게 건넨 작은 손길이며, 그 손길이 닿은 곳에서 피어난 예술적 시도이다.
전시는 해남의 바람, 돌, 흙, 물과 같은 자연의 요소들을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해 이곳에서 호흡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사유와 목소리를 담아냈다. 또한 10여차례의 사전 워크샵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도 전시된다. 해남의 자연과 주민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그 땅과 사람,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생명력 있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해남의 자연을 통해,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찾아내고자 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전통적인 미술관 대신 광주 충장로의 한 일반 상가 점포를 팝업 전시 형태로 임대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이번 전시가 역사와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진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충장로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다 전시를 마주하고, 잠시라도 이곳에 담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기를 기대했다. 팝업 전시라는 형식은 우리가 지역사회를 향해, 그리고 이 역사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이다.
이번 전시는 해남의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눙눙길 청년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우리는 해남의 옥공예 마을을 되살리고, 잊혀져가는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옥매광산이 해남 사람들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우리는 이 지역의 예술과 역사, 그리고 삶을 조화롭게 연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번 전시가 잊혀진 땅에 작은 빛을 밝히기를, 그리고 그 빛이 예술과 사람들을 통해 더 넓고 밝게 퍼져 나가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과거의 상처를 예술로 기억하며, 그 위에 새로운 희망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전시가 그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옥매광산 : 별들을 생각하는 밤> 전시는 오는 10월15일부터 11월13일까지(매일, 오전 11시~오후 8시)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68, 1층에서 개최한다. 부대행사로는 10월26일 오전 10시40분, 광주극장에서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 상영회가 열린다. 해남 옥동리 주민들의 인터뷰를 다룬 다큐멘터리 <기억되어지는 땅-해남>과 예술인 캠프 <아수라활활타>의 기록 영상을 상영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