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조형물 직접 제작
읍 송용필·박형란 부부
해남읍 남동리 송용필(65)‧박형란(62) 부부는 매일 정원을 돌보며 자연을 벗 삼는 삶을 살고 있다. 정원을 가꾼 지 4년, 이제는 잔디도 푸릇하고 꽃도 다양해 지나는 주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정원이 됐다. 정원 앞에 놓인 의자에도 마을 어르신들이 쉬었다 간다. ‘정원이 예쁘다’, ‘보기 좋다’, ‘덕분에 눈이 즐겁다’ 등 칭찬은 덤이다.
낮은 돌담은 부부의 개방적인 삶을 의미한다. 아름답게 가꾼 정원을 주민들과 나누고, 또 정원 밖 공원에 심어진 가로수도 부부는 정원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인다.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삶, 정원을 가꾸는 일은 부부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었다. 마당이 없는 집에서 살면서, 언젠가 앞이 훤히 트인 집에서 살고 싶었다. 30년 만에 앞집을 사서 넓은 정원을 만들게 됐고 90평의 정원은 부부의 놀이터가 됐다.
해남읍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인생의 60줄에 들면서 정원을 가꿨고 부부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이제 이곳에서 천천히 한적한 노년을 보낼 심산이다.
부부의 정원에는 돈 들여 산 것은 없다. 모두 손수, 정성을 다해 가꿔 만든 것들이다.
취미로 8년 전부터 나무를 만져온 송용필 이사장은 나무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즐겁다.
해남신협에서 30년 동안 근무했고, 정년퇴임 후 6년 동안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퇴근 이후의 시간과 주말은 정원을 돌보며 주로 시간을 보낸다. 정원에 있는 조형물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산에서 나무를 주워 깎고 붙인 것이 꽃차를 끄는 말이 됐다. 어찌나 기특한지 ‘복마니’, ‘복돌이’라고 이름도 붙였다. 그 옆에는 나무의 곡선을 잘 살려 만든 저어새 한쌍이 유유히 놀고 있다.
정원 곳곳에는 버려진 나무를 깎고 맞춰 만든 예술적인 작품이 눈길을 끈다. 특히 송용필 이사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탁자와 의자다. 나무의 곡선을 아름답게 살려 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주는 작품이다. 화분 받침대, 새집, 우체통, 벤치 등 그의 작품 세계는 폭넓다.
남편이 조형물을 담당했다면, 마당의 꽃은 철저히 아내 박형란씨의 영역이다. 어릴 적부터 꽃을 참 좋아했다는 박형란씨는 서정적인 꽃들을 특히 좋아한다. 봄부터 다양한 꽃이 정원에 피기 시작하는데, 손수 씨앗을 뿌려 포트를 만들고, 삽목해서 심은 것들이다. 잔디도 지인의 정원 모퉁이에서 가져와 조금씩 떼어 심은 것이 지금의 잔디밭을 형성했다.
여름 내내 형형색색의 백일홍. 봉숭아, 장미 등이 정원을 물들였고, 지금은 백일홍, 붓꽃, 바늘꽃, 칸나 등이 한창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가족들은 이 정원을 ‘라니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부부는 때때로 정원 밖에 남은 꽃씨, 포트를 주민 누구나 가져가도록 나눔도 한다. 마당 한켠에는 배추, 쪽파, 부추, 상추 등을 심은 작은 텃밭도 있다.
부부의 정원은 매번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송용필 이사장은 손녀를 위한 그네를 정원에 만들 계획이다. 산에 버려진 나무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작품을 만들며 매일 추억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