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극 대부분 작곡
천대용은 지정고수 활약
TVN 드라마 ‘정년이’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평면 서홍 출신 청강 정철호 선생은 당시 여성국극 대부분 곡을 작사‧작곡해 여성국극 전성시대를 열었다.
또 송지면 군곡리 출신 천대용 선생은 당대 여성국극의 양대산맥이었던 햇님국극단의 지정 고수로 활약했다.
여성국극은 1945년 8‧15 광복 이후 남성 중심의 국악계에 반기를 든 여성들이 모여 시작한 일종의 한국판 오페라로 1950년대 모든 대중예술을 압도해 버린 블랙홀이었고 중심 인물은 임춘앵이었다. 드라마 정년이에서 라미란 역이 임춘앵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여류 명창들로 구성된 여성국악동우회는 1949년 ‘햇님 달님’ 작품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에 여성국극 시대를 활짝 열지만 2년 후 침체기를 맞는다.
그리고 1952년 김주전이 여성국악동우회 햇님국극단을 재조직 후 <햇님 달님> 후편인 <황금돼지>를 올리면서 여성국극은 다시 부활한다. 이때 ‘황금돼지’ 곡이 정철호 선생의 작품이다. 또 햇님국극단의 선화공주,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도 정철호 선생의 곡이다.
햇님국극단이 전성기를 누리던 1955년 송지면 출신 천대용 선생이 25세의 나이로 입단해 지정고수로 활약하게 된다.
햇님국극단 지정고수가 되면서 25세에 최고의 고수 반열에 오르게 된 그는 1997년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1호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당시 김주전의 햇님국극단과 쌍벽을 이룬 국극단이 임춘앵의 ‘여성국악동지사’였다.
임춘앵은 여성국극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1952년 임춘앵의 여성국악동지사 창립기념 작품인 ‘반달’과 ‘구슬공주’도 정철호 선생의 작곡으로 알려져 있다.
1952년부터 여성국극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이 시기 정철호 명창의 작곡 활동도 활발해졌다.
1954년 12월30일자 경향신문 광고에 삼성여성국극단의 ‘꽃과 나비’ 가 실렸는데 이도 정철호 선생의 곡이다.
정철호 선생은 살아 생전에 임춘앵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백년초와 견우와 직녀, 언약, 못잊어 곡도 자신이 작곡한 곡이라고 했다. 정철호 선생과 임춘앵은 항상 함께 작업을 했고 당시는 악보 없이 구전으로만 전해진 때라 작곡가를 잘못 기재한 경우가 많았다.
여성국극의 인기 때문에 1952년에 이르러 숱한 여성국극 단체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당시 여성 국극단마다 정철호 선생에게 작곡 의뢰를 해왔기에 정철호 선생은 아쟁 연주를 잠시 접어야만 했다. 정철호 선생의 아쟁연주는 너무도 유명해 여러 여성국극의 아쟁연주를 도맡았는데 국극 작곡 때문에 아쟁연주는 후배에게 맡겨야만 했다.
정철호 선생은 1960년대 후반 여성국극이 파산 상태에 있을 때도 계속해서 작곡을 했고 국극뿐 아니라 국립창극단을 비롯해 창무국, 신작판소리 등 다양한 작품을 작곡했다.
또 정철호 선생이 작곡한 여성국극이나 창극 중에는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창자들이 즐겨 부르는 곡이 많았다.
정철호 선생이 작곡한 대표적인 작품은 열사가, 이차돈, 원효대사, 낙랑공주, 고구려의 혼 등 300여편에 이르는데 각 작품당 50~60곡 정도의 곡이 들어가니 실제 작곡한 곡은 셀 수가 없다. 정철호 선생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이다.
한편 청강 정철호 선생은 고수이자 판소리 명창으로 창극, 여성국극, 가무극, 신민요 등 많은 작품을 작곡한 우리나라 국악계 1세대 작곡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