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미용경력 조민국씨
수빙수 아버지로도 알려져
해남으로 귀촌한 조민국(58) 단장은 ‘착한 가위손’이라 불린다.
서울에서 30년 넘게 미용사로 일해온 조 단장은 돌아가신 어머니께 못다 한 정성을 다른 어르신들에게 나누고자 미용봉사를 시작했다.
2021년부터 인근 지역에 어르신들을 만나 가진 재능을 나누는 일에 기쁨을 느꼈다. 그러던 중 홀로 감당해온 봉사로 몸에 무리가 갔고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하면서 삶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봉사와 요양을 함께 병행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해남이 우연치 않게 그의 눈에 띄게 됐다. 그는 해남에서 1년 동안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난 6월 현산면 분토리로 귀촌하게 됐다.
조민국 단장은 해남에서도 재능을 살려 어르신들의 머리를 예쁘게 만져드리고 있다.
분토마을 주민들은 조 단장의 집에 모여 커트를 하고, 파마, 염색도 한다. 문턱 낮은 그의 집에는 삶은 감자, 김치를 들고 오는 주민들이 많다.
해남에 와서는 든든한 봉사 지원군 땅끝예술단 조아라 단장을 만났다. 땅끝예술단은 음악 재능으로, 조 단장은 미용 재능으로 지역에 함께 나누는 봉사단을 꾸렸다.
지난 10월18일 송지 영평마을에서 ‘효 미용재능기부 음악회’를 열었다. 어르신들을 위해 기다리기 지루하지 않도록 땅끝예술단이 노래와 연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조 단장은 특히 거동불편 어르신들을 집으로 찾아가 미용봉사를 해주고 있다. 찾아가는 미용실은 마당에 의자, 커트보, 각종 미용 장비가 들어 있는 조 단장의 미용가방만 있으면 바로 펼쳐진다.
조 단장이 머리를 만질 때면 마무리로 꼭 멋지게 드라이를 한다. 한명 한명 머리가 끝날 때마다 ‘오메 이쁘요’, ‘오늘 새로 시집가야 것인디요’라며 어르신들은 서로 웃고 박수 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조 단장은 연고 없이 해남에 터를 잡았지만, 해남의 풍경과 먹거리, 인심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그의 시골 귀촌 이야기는 유튜브 ‘착한 가위손’에서도 볼 수 있다.
한편 조민국 단장은 유명 유튜버 수빙수의 아버지이다. 수빙수는 1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로 해산물을 손질하고 요리를 한 후 술과 함께 먹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설명과 예능 스타일의 접근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100kg이 넘는 대형 생선을 능숙하게 해체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오는 11월1일 대흥사 일대에서 펼쳐지는 ‘해남미남축제’에서 수빙수는 해남 대표 먹거리인 삼치를 직접 해체하며 축제 개막식에서 축하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