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배려 부재
지식·정보격차 더 키운다
소득격차에 이어 정보 및 지식의 격차해소도 우리사회가 풀어야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들어 행정용어에서도 외래어와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정작 해남군이 군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지만 신조어와 외래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소통을 넘어 정보의 격차를 늘리고 있다.
해남형ESG 플로플리 그린데이, 창의와 협업을 위한 WITH 적극행정, 과연 농어촌 지역인 해남군민 중 그러한 용어를 이해할 군민들이 몇 %가 될지 고민해야 한다.
해남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다. 이러한 단어들이 주는 거리감이 행정과의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지 않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영문 약자다. 또 플로깅과 플리마켓을 더해 플로플리란 단어를 만들었다. 여기에 ‘그린데이’는 ‘녹색 환경을 지키는 날’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즉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실천을 위해 쓰레기를 주우면서 걷는 행사와 중고장터를 운영하는 환경보호를 위한 행사라는 의미다. 유행어의 민감함을 떠나 ESG 운동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해도 이해가 쉽지 않은 문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향사랑 기부제 부제도 ‘고향사랑 e음에서 함께해요’다 ‘e음’이라는 의미를 군민들의 50% 이상이 이해할지도 의문이다. 이외에도 흔히 ‘MOU’, ‘톡톡(Talk Talk)’, ‘ALL 바른’, ‘어메니티’, ‘페스티벌’ 등 영문 한국어의 혼용어와 대체 가능한 영문도 수없이 등장한다.
과거엔 지나친 한자어 사용이 지식 격차로 인한 위화감을 조성하며 정보 접근성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유행을 쫓듯 외래어와 줄임말을 남발하는 현상이 이러한 문제를 대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언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적 측면에서 군민들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배려했는지의 문제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에겐 정보 접근의 장벽을 더욱 높이고 요소이기도 하다.
공공 부문의 언어 사용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쌓기 위한 기초다.
그러나 외래어와 줄임말 남발은 마치 최신 감성에 발맞추는 듯한 ‘유행’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일부 행정 부서는 이를 통해 더 혁신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실정이다.
해남뿐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언어 사용에 있어 ‘쉽고 명확한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다. 행정의 궁극적 목표는 주민과의 진정한 소통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