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15일부터 시작해 11월13일까지 광주 충장로에서 팝업 형태로 진행 중인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 전시가 지역사회와 외부 방문객 모두에게 큰 감동을 안기고 있다.
이번 전시는 11월5일 기준 1,5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고, 희생된 광부들의 이야기를 접한 관람객들은 감사를 표하며 깊은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잘 몰랐던 역사에 대해 알려줘서 고맙다”, “희생하신 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소감에서부터, 눈물을 흘리며 떠난 분들, 외국인 방문객의 추모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전시는 희생된 광부들을 기억하고 현재와 연결된 공감을 나누는 자리로 자리매김했으며, 오는 12월13일부터는 해남에서도 전시가 시작된다.
더불어 10월26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상영회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서량 작가의 다큐멘터리 <기억되어지는 땅-해남>은 일제 강점기 옥매광산과 제주도로 강제 징용되었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바다에 수몰된 118명의 광부들을 추모하며, 이를 기억하는 현재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냈다.
상영은 올 5월 옥동초에서 펼쳐진 ‘아수라활활타’ 예술 축제의 기록 영상으로 이어졌으며, 눙눙길이란 이름으로 만들어 가는 청년들의 희망적인 모습을 담아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고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해 시각적, 청각적으로 감각을 일깨우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이들의 삶과 이야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나누는 장으로 진행됐다.
해남 황산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으로서, 또한 눙눙길 청년마을의 기획자이자 예비 사회적기업 ㈜마고의 대표로 이 전시를 준비한 필자에게도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전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 공간이 기존의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충장로의 한 상가 점포를 임대해 마련된 팝업 형태였던 이유는 역사와 예술에 관심이 깊은 방문객들뿐만 아니라 충장로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또 관람객들이 예술작품을 통해 118인의 희생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일구어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전시의 백미로 꼽힌 1부 ‘빛과 소리’에서는 해남 주민들이 직접 만든 대규모 종이 장식물 설치 작품 <옥매광산 설위설경>을 전시했다. 한지와 창호지로 장식된 이 조형물은 김서량 작가의 사운드 작품 <도시의 소리-해남>과 어우러지며 16채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해남 주민들의 소리와 청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2부 ‘흙과 풀’에서는 윤근영 작가의 흙을 소재로 한 조각 작품 <노동자>와 윤용신 작가의 옥매산 식물로 만든 <옥매꽃밥>이 전시돼 순환되는 생명력과 역사의 연결을 보여줬다.
3부 ‘118개의 걸음들’에서는 주민들이 손수 빚은 118개의 토템이 전시장에 전시, 공동체의 상처와 치유, 그리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4부 ‘기억되어지는 땅-해남’에서는 김서량 작가의 사운드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해남 주민들과 지역사회와 함께 오랫동안 잊혔던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희생된 이들의 정신을 기리며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12월에 시작될 해남 전시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이어지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깊이 있는 예술로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