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황죽, 김치·장류·인스턴트에 의존
농촌소멸로 식품 사막화도 급속히 진행
콩나물, 두부 한모 사기 힘든 마을이 늘고 있다. 도시보다 인스턴트 식품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농촌의 현실이다. 식품 사막화는 단순히 식료품점 부재를 넘어 농촌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왔다.
지난 11월20일 찾은 계곡면 황죽마을, 이곳도 ‘식품 사막화’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자이고 35가구 중 90% 이상이 독거노인으로 구성된 황죽마을 주민들은 신선한 두부, 계란, 과일, 고기와 같은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데, 읍내를 나가려면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한다.
마을을 왕래하는 대중교통은 하루 4번, 오전 10시 버스를 타고 읍에 도착해 다시 마을로 오려면 오후 3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왕복 1시간 거리에 불과한 이동이지만, 대기시간 때문에 하루를 모두 소비하는 이동경로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무리다. 황죽마을에서 해남읍까지 택시비는 편도 2만원이 넘는다.
황죽마을에도 한때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점방이 있었다. 그러나 점방은 20여 년 전 문을 닫았다.
마을 주민 백막례(82)씨는 “장을 보러 나가는 날은 두 달에 한 번 정도다. 신선한 과일이나 생선을 사 와도 금방 상하니 그냥 포기한다. 고기나 유제품도 마찬가지여서 잘 사지 않는다”며 “버스 터미널에서 3~4시간을 기다리다 마을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기다림이 고역이다”고 말했다.
황죽마을은 트럭을 제외한 승용차는 단 1대. 그야말로 교통 사각지대다. 이러한 현상으로 주민들 대부분은 김치와 장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마을 내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려 해도, 고령의 주민들에게는 농사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같은 ‘식품 사막화’ 현상은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지 못해 영양 섭취가 제한되면서 만성질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농촌 지역의 고령 주민들은 도시민에 비해 과일, 육류, 유제품 등의 섭취량이 낮으며,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농촌도 해남과 비슷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이동형 마트 확대, 로컬푸드 직매장의 확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식품 사막화는 1990년대 초반 스코틀랜드 서부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렵듯 식료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일컫는다.
이러한 식품 사막화를 극복하기 위해 캐나다, 미국, 일본도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농촌소멸에 직면한 한국의 여러 지자체도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