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해남우리신문 편집인
박영자/해남우리신문 편집인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속성이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 중 ‘지나친 자기애, 권력 마취, 정서장애’를 가진 이가 포식자의 최상 위에 있다면 그건 참사다.
강준만 교수는 저서「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권력욕을 신념으로 포장하거나 착각하면서 권력욕이 없는 것처럼 아예 그걸 지워버리는 일이다. 니체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가장 무섭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한 권력은 죽어야만 멈춘다고도 했다. 
연산군의 신념은 ‘왕이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였다. 이를 위해 그는 무오사화를 일으켜 비판세력인 사림파를 제거했다. 
병자호란은 권력의 무능이 부른 최대 참사였다. 멸망해 가는 명나라와 부흥하는 청나라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저버린 무능한 임금으로 인해 백성은 전쟁의 한복판에 섰고 참사를 부른 인조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강준만 교수는 또 권력은 사람을 개미처럼 생각하면서 그들을 객체화한다고 했다. 탄핵을 반대해도 1년 후면 다 찍어준다는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의 망언은 국민을 그저 여왕벌의 번식을 위해 움직이는 개미, 뇌가 없는 객체쯤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권력은 묶음이다. 피라미드식 묶음이다. 최상위 권력 아래로 그 권력의 끝머리를 누리고자 하는 이들이 아래로 아래로 축을 구축한다. 선을 추구하는 권력은 아래의 축도 선하지만 악의 권력은 피라미드 자체가 악이다. 
피라미드는 최정상 꼭짓점이 무너져도 여전히 단단함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갖는다. 아래의 단단함으로 최정상 꼭짓점을 다시 세우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악의 피라미드를 받치고 있는 기단의 무너짐이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줄기차게 외치며 시간을 버는 것도 기단이 무너지기 전에 피라미드 꼭짓점을 다시 세워 무늬만 다른 악의 피라미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은 해방 후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했다. 그 친일파들이 다시 정권을 잡고 그 후손들이  활개를 치고, 그에 부역한 이들이 권력의 찌꺼기를 붙잡고 있는 악의 연대기. 피라미드 꼭짓점만 숱하게 바뀌었을 뿐 숨막힐 만큼 악의 축은 지금도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악의 권력은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만드는데 능숙하다.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상대방을 악의 카테고리에 묶어 대중을 선동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악의 축을 재현시키지 않기 위함이다. 연산군을 통해 폭군의 난폭한 시대를, 병자호란을 막지 못한 인조를 통해 권력의 무능 시대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박근혜의 무능함으로 십상시가 활개친 혼군의 시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윤석열이 토해낸 실리외교의 실종, 탄핵이 되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돌파하겠다는 지나친 자기애, 북과의 전쟁을 통해서라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서장애,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구축해 쿠데타를 정당화하려는 권력 마취, 그는 폭군의 연산군과 무능의 인조, 혼군의 박근혜를 함축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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