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지원, 심리내용 많다
재심결정 후 9년째 표류
아버지를 수면제가 든 술로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김신혜(47) 씨의 재심 선고가 연기됐다. 2000년 3월 전남 완도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당초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 지원장)는 12월18일 재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심리할 내용이 많다”며 선고기일을 내년 1월6일로 연기했다.
2000년 3월7일, 완도군의 한 버스정류장 옆에서 김신혜씨의 부친 A씨(당시 52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처음에는 뺑소니 사고로 의심했으나, 부검 결과 시신에서 외상 흔적 대신 수면제와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면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수사 중 김씨의 고모부가 “조카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신고했고,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이후 재판에서 김씨는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자신이 동생 대신 교도소에 가려고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이 사건은 경찰의 강압 수사와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으로 논란이 됐다. 김씨 측은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으며, 검찰이 증거를 은닉하고 억지로 혐의를 끼워 맞췄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동기로 지목된 보험 가입도 살인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후 사건이 방송과 언론을 통해 재조명되며,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다. 2015년 재심 결정 이후 2019년 첫 재심 재판이 열렸는데 검찰은 재심에서도 “당시 수사기관은 위법 수사를 하지 않았고 범인은 김씨가 맞다”며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김씨 측은 수사 과정의 위법성과 증거 부족을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억울한 옥살이’, ‘살인자의 거짓말’이라는 첨예한 대립 속에 군민들도 이번 재심에 큰 관심이 쏠렸다. 다만 재판부는 복잡한 사건의 특성과 판결의 중요성을 고려해 선고를 연기했다고 밝히면서 진실 규명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재심결정 후에도 9년째 1심 재판 중인 김신혜씨는 24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