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연인 이몽룡에게는 성춘향이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24세 연상이었던 고등학교 은사 브리지트 트로뉴가 있다. 그렇다면 5선 국회의원 박지원(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의 첫사랑은 누구일까? 혹자는 말하리라. 국회의원 본인의 됨됨이와 정치적인 역량을 알면 되지 첫사랑 이야기는 알아서 무엇하느냐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아름다운 사랑의 사람은 허투로 사는 사람일 리 없다고.
박지원 의원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박 의원이「고마워, 메디치, 2020」과「지금 DJ라면, 메디치, 2023」 두 권의 책을 펴낸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가운데「고마워」는 아내에게 바치는 사부곡(思婦曲)이다.
박지원 의원이 첫사랑을 만난 곳은 광주중앙입시학원이었다. 의대 진학에 고배를 마신 청년 박지원이 재수를 위해서 찾아간 학원에 이선자 미카엘라가 있었던 것이다.
둘은 7년을 연인으로 지냈다. 그러나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눈이 내린 사직공원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려는 이선자를 잡아주느라 잡은 것이 한 번,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던 날 춥디추운 극장에서 꽁꽁 언 손을 잡아 준 것이 또 한 번. 수줍은 사랑이야기의 전형이 여기에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아내 이선자 미카엘라를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말 그대로 “아침에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눈을 못 뜰 만큼 눈부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길지 않은 단발에 앞섶을 잘 여며 더 없이 단정하면서도 빈틈없는 자세로 앉아 수업을 듣는, 미소는 커녕 수업 내내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수업에 몰입하는, 그럼에도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집안의 반대를 슬기롭게 극복한 두 사람은 1969년에 백년가약을 맺는다. 결혼 후 박 의원은 미국에서 사업에 큰 성공을 거두고 한인회장을 맡게 된다. 박 의원이 정계에 입문할 뜻을 비췄을 때 아내가 건넨 말은 한마디였다. “당신의 길을 가세요.”
박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 공보수석, 문화관광부장관,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특사 등 중책을 맡을 때에도 이선자 여사는 일편단심으로 밀어줬다. “당신은 아직 나를 모르는 거 같아요. 나는 당신 위주로 사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아내를 뒀던 박 의원은 정치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남편으로서도 성공한 사람이 분명하다.
늦게나마 이선자 미카엘라님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꾸준히 ‘금귀월래’를 실천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님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