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선/해남탐조모임새봄 활동가, 땅끝아해 대표
                윤지선/해남탐조모임새봄 활동가, 땅끝아해 대표

 

 땅에 납작 엎드려야 볼 수 있는 봄이 있다. 눈감고 오감을 열어야 맡을 수 있는 봄내음이 있다. 새로운 봄이면 문밖이 해탈문이라, 핸드폰 영상과 돈만 쫓는 삶에서 탈출하기 좋은 이 아름다운 땅끝에서 우리는 어떤 해남을 계획하며 꿈꿔야 할까. 큰 건물과 넓은 도로와 골프장 계획만 말고 부디 생명을 살리는 축과 바탕을 세우는 계획들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가깝게는 해남 바로 옆 강진은 고니, 영암은 반딧불이를 복원하면서 생태축을 살리는 생태관광을 꾀하고 있고, 순천은 수백 개의 전봇대를 뽑으면서 칠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와 세계적 명소가 되고 있다. 이른바 지자체마다 마스코트가 될만한 깃대종이 있는데 해남은 생태축을 복원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서남해 꼭짓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해남에도 아직 적지 않은 생명들이 찾아오고 있기에 모르쇠하고 있는 걸까? 해남형 ESG는 어디까지 와있는 걸까? 이토록 흔들리는 기후위기시대 진짜 봄다운 봄이 오려면 분리배출을 잘하고 쓰레기를 잘 주우면 되는 걸까?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계획이 필요하다.
지난 1월 전남지역에 연결돼 있던 탐조인들은 철원에 다녀왔다. 사람이 위협이 되지 않으니 두루미들과 고라니들이 가까운 거리에서도 안심하고 먹이활동 하는 모습은 감동이다. 철원군의 ‘볏짚존치계약’이 해남에도 시행된다면 지금 찾아오고 있는 먹황새 등 귀한 새들을 더 편안히 맞이하며 깃대종 삼을 수도 있으리라.
며칠 전엔 아이들과 함께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다녀왔다. 뒷산이나 동물원이 아닌 구조센터에서의 만남에 어린이들과 야생동물들이 서로를 보는 기분과 마음은 어땠을까? 어린 비둘기는 재활치료사님의 손을 쪼지도 않고 의지하듯 가만히 안겨 우릴 뚤레뚤레 보았고, 어릴 때 들어온 어린 삵은 고양이처럼 다리 사이를 비비며 오갔다. 
반면 해남 고천암과 금호호에서도 많이 만나던 뿔논병아리는 목을 다쳐서 입원해 있었는데, 물에서 자유로이 잠수하다 솟아오르고 고고하던 자태는 온데간데없이 많이 화나 보였다. 번식철 많게는 백여 마리까지 구조 동물들이 들어오기에 그전까지 재활방사에 실패하고 받아주는 동물원 시설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결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힘들게 살려낸 생명을 다시 죽여야 한다니 아이들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러한 동물들을 최초 구조 신청했던 지자체별로 다시 받아들여 보호하면서 교육하는 생크추어리 공간들이 시군단위별로 생겨나면 얼마나 좋을까? 파편화되어 흩어져 소멸하려는 생명존재들이 죽지 않고 연결될 때 개별 개체도 서식환경도 생명력을 얻는다. 생태축이 연결되고 과거의 시간을 기억하는 동식물들이 회귀하며 새로운 환경적응에 성공하면 바로 우리 인간도 포함되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생태계 전반에 공존의 기적이 일어난다.
이번 주말엔 전국에서 새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해남 습지로 탐조여행을 온다고 한다. 해남에서 주최하는 탐조여행이 사라진 지 수년, 여전히 전국의 탐조인들에게는 보물 같은 곳이 우리 해남인데 우리는 정작 모른 체하며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땅끝아해 송지면 아이들과 놀면서 황토나라테마촌이 코앞인데도 벌써 2년째 수리중이라 놀러 가지도 못하고 밖으로만 돌고 있다. 이곳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과 야생동물들에게 친절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해남에도 나무고아원과 야생동물 생추어리 공간이 연결되어 생태축이 된다면? 가까운 이곳 한 켠에 작은 시작만 돼도 송호해수욕장과 달마산의 생태축 연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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