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면 상하구시 주민들
연이은 집회로 피해 호소
작은 시골 마을이 30년 넘게 석산 채굴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삼산면에서 현산면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현산면 하구시와 상구시가 나온다. 이 지역은 만안저수지를 끼고 있으며, 구불구불한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에게 이 길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다. 인근 석산에서 나온 대형 덤프트럭들이 하루에도 50~100대씩 오가며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 석산은 32년째 골재를 채취하고 있다.
지난 2월26일 방문한 현산면 상구시 마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갈라진 담장과 파손된 도로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대형 덤프트럭이 오가는 진동과 석산 발파로 인해 담벼락이 금이 가고 도로도 쉽게 갈라지는 피해를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올겨울 한파로 인해 석산 차량의 바퀴를 세척하는 장비마저 고장이 나면서 먼지는 더욱 심했다. 무거운 차량이 지나다닌 도로는 거북이 등딱지처럼 갈라졌고, 길 가장자리에는 크고 작은 자갈들이 나뒹굴고 있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고 보수하는 손길은 없다. 또 하천도 채굴로 인해 뿌연 색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주민 A씨는 “매일 같이 도로 위에 쌓이는 석가루 때문에 빨래를 널어도 회색 먼지가 내려앉는다. 매연은 그렇다 치더라도 70대 이상이 대부분이라 마을회관만 가려해도 덤프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석산에서 나오는 분진과 차량 매연 속에서 그저 참고 살아왔지만, 최근 채굴 연장이 허가되면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토로한다.
현산 상구시 김이산 이장은 “30년을 견뎠다. 하지만 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다. 우리도 평범한 시골마을 촌로처럼 편안한 노후를 보낼 권리가 있지 않냐”라며 분노했다.
주민들은 해남군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오다 지금은 남향레미콘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잇고 있다. 마을은 오랜 세월 동안 피해를 감수해왔지만, 해남군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해왔다.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