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좀하면 본청으로 발령
업무습득 기회 적어 어려움
해남 14개 읍면에 저연차 공무원이 주로 배치되면서 행정 효율성과 각종 민원 대처가 원활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읍면단위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본청을 선호한데다 근무역량이 조금 낫다고 생각되는 공무원들은 본청에 주로 배치하면서 본청과 읍면의 근무역량 차이도 갈수록 벌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평면에 거주하는 홍모씨는 “군 지원사업을 신청하려 면사무소를 찾았는데, 면에서는 군청으로, 군청에서는 다시 면으로 가라 했다”며 “매년 비슷하게 진행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업무 처리가 일관되지 않다”고 면사무소 저연차 공무원 배치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같은 호소는 면단위 민원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 인사의 잦은 순환과 저연차 공무원들의 배치로 매년 반복되는 농업직불금 관련 민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이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들의 퇴직이 이어지면서 신입 공무원 수가 점차 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해남군 공무원 정원은 총 880명으로,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신규 채용된 공무원은 총 284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공무원 32%에 해당하며, 3명 중 1명이 신입 공무원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 면사무소와 해남군청 직속기관이 업무 과부하를 겪고 있다. A면사무소의 경우 지난해 19명 중 9명이 저연차 공무원이었고, 의원면직·연차·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인력 공백이 발생해 정상적인 행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면사무소 관계자는 “행정 업무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저연차 공무원의 높은 비율은 민원해결의 어려움 등 행정력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재 해남 각 면사무소 근무인원은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22~24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각 면의 면적과 인구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인력배치가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황산면의 경우 면적 105.748㎢, 인구 4,221명, 세대수 2,498세대로 넓은 행정구역과 비교적 많은 인구가 분포하고 있다. 반면, 인구가 가장 적은 북일면은 면적 41㎢, 인구 1,877명, 세대수 1,127세대로, 황산면 대비 인구 및 면적이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에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구 및 면적에 따른 공무원 배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인구가 적다고 민원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농촌 지역의 특성상 고령 인구가 많고 현장 출장 업무가 빈번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면적과 인구에 맞는 행정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무원 인력의 급격한 세대교체 속에서 조직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험이 많은 공무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신규 공무원들의 실무 적응을 돕는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은 단순한 행정 절차에서도 불편을 겪고 있으며, 면사무소 직원들 또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해남군은 면단위 행정조직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