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겨울·봄배추 체계화
민간차원서 기후변화 대응
봄배추가 새로운 소득 작물로 떠오르고 있다.
가을과 월동배추 주산지인 해남이 이번엔 봄배추 재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문내면 예락마을 다섯 농가가 약 2만2,000평 규모로 시험 재배에 나선 것이다.
이번 봄배추는 기존 배추보다 보름 이상 빠른 수확이 강점이다. 지난 2월 말 정식한 배추는 5월10일 첫 출하를 목표로 자라고 있다. 보통 봄배추보다 10일에서 보름가량 출하가 빠르다.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해남에서도 가을, 겨울에 이어 봄까지 세 차례 배추 출하가 가능해진다. 농가 입장에선 땅을 쉬지 않고 활용하는 이모작 체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기존에도 봄배추를 심는 농가가 많았지만 이번 실험에서 주목할 점은 농법의 변화다. 기후변화로 겨울철 저온과 봄철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하기 위해 부직포를 씌우는 방식이 도입됐다. 기존 양배추 농법과 비슷하지만, 배추는 부직포로 싹을 보호해 저온 피해를 막고 생육 속도를 높였다. 실제로 봄배추는 비 온 다음 날이면 빠르게 자라며 생육 안정성이 확인되고 있다.
봄배추 재배농가는 “5월 초 출하 시기가 맞으면 전국적으로 배추가 없는 시점이라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봄배추가 자리 잡으면 해남은 가을, 겨울, 봄까지 배추 주산지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 재배는 상인의 주도로 진행됐으며, 행정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시도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상인 석 모씨는 부직포 등 재배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봄배추는 작황이 가을배추나 월동배추에 비해 좋지 않고 상품 상태가 좋지 않아 수익성이 크지 않았지만 이번 농법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배추 주산지가 해남으로 옮겨온 사례처럼, 배추도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기후변화 속에서 농업의 대응력과 소득 다양화가 절실한 시점, 문내면 예락마을 봄배추 실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