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이후엔 읍 도심 적막
경기침체에 탄핵정국까지
해남읍 중심 상권, 밤 9시가 넘으면 불이 꺼진다. 중고등 학생들이 학원을 마치거나 하교하는 시간대인 9~12시 사이, 자녀를 마중 나온 학부모를 제외하곤 이동하는 사람을 거의 찾기 힘들 정도로 야간 상권이 위축된 상황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밤 10시 넘어서도 불이 환했던 읍내 거리는 이제 ‘저녁 8시30분’이 영업 종료의 기준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를 제외하면, 밤 9시 이후 운영되는 업소는 사실상 손에 꼽힌다.
해남읍 주민 김모(34)씨는 “아이를 재우고 나와 간단히 차 한잔 하려 해도 걸어서 갈 데가 없다. 읍에 살지만 밤에는 고립된 느낌이다”며 “주민 생활권이라는 개념이 저녁 이후엔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밤에는 손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문을 일찍 닫는다”고 말한다.
고정비는 그대로인데 인건비와 전기세 부담은 커져, 저녁 장사를 일찍 접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1인 운영이 많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저녁 장사까지 하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목소리도 많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소비 패턴도 영향을 미쳤다.
비대면 소비와 배달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오프라인 상권은 더욱 위축됐다. 동네 마트조차 운영 시간을 줄이거나 저녁 시간대 인력 배치를 최소화하는 추세다.
그런데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 술자리나 회식문화가 크게 줄면서 퇴근 시간 이후 왁자지껄하던 골목 식당들도 코로나 때보다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읍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A씨는 “고깃집은 7시 이후가 가장 바쁜 시간으로 술손님은 보통 9시~10시까지 이어지는데, 지금은 술을 찾는 손님도 적고, 외식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고깃집이 끝나고 2차 노래방이나 카페, 맥주집 등으로 손님들이 옮겨 가는데 손님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거리가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정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역 활력을 상징하는 ‘야간 상권’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이른 문닫음이 지역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