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외면, 보도블럭만 교체
현장 무시한 설계 여전히

전선지중화로 보행로에 대한 개선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군민들의 기대치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선지중화로 보행로에 대한 개선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군민들의 기대치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남군이 전선지중화 사업을 앞두고 읍내 중심가 보행로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공사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군민들이 체감하는 보행 환경의 개선은 미미하다.
군은 지난해부터 해남서초등학교와 해남중학교 인근, 구교리와 해남군청, 해남읍 중앙로 일대를 중심으로 보행로 정비에 착수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걷기 편한 길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실상은 그와 동떨어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보도블록은 새롭게 교체돼 외관상으로는 정비된 듯 보이지만, 실제 보행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오히려 가중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경계석은 여전히 높고, 횡단보도 진입부나 차량 진입로 등은 급격한 경사를 그대로 유지했다. 마감 처리도 허술해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준다. 
결국 ‘관행대로의 공사’가 반복되면서 군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노령 인구 비율이 높은 해남의 인구 구조상, 이러한 ‘형식적인 정비’는 중대한 정책적 오류로 지적된다. 
유모차와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물론 젊은층조차 걷기 불편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 A씨는 “해남읍 중심지는 건물이 밀집돼 햇빛이 거의 들지 않아 겨울철 낙상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등 노인들에게 노면 경사는 큰 위험요소다”며 “보도는 여전히 긴장하며 걸어야 할 위험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해남군은 아동친화도시를 지향하며 유모차가 다니기 좋은 길, 누구나 걷기 쉬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혀왔지만, 이러한 도시 철학은 설계 단계부터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실제 보행로는 ‘마감재만 교체한 옛 구조물’에 불과하며, 사용자 중심의 설계 가이드라인조차 중구난방이다.
특히 ‘개구리 주차 방지’를 이유로 남겨진 높은 경계석, ‘배수 문제’와 ‘건물주 편의’를 앞세워 유지된 급격한 경사 등은 보행자보단 행정과 시공사의 편의를 우선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보행자 중심의 설계라면 이러한 장벽은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고 평탄한 흐름을 유도하는 구조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행로는 단순한 통행로가 아니다. 그것은 군민의 일상과 안전, 그리고 도시의 품격을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공복지이자 생활 인프라다. 
해남군이 도시철학과 행정의 방향성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보도블럭을 아무리 바꿔도 ‘불편한 길’이라는 인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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