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욱하/재경향우 수필가
윤욱하/재경향우 수필가

 

 어느덧 오월이다. 봄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다.
오월의 산야는 연둣빛 풀잎과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마치 호수면의 반짝거리는 물결처럼 아름답다. 나도 요즘은 화려하지 않고 은은한 봄 풍경이 좋고 따스한 햇볕과 봄바람이 좋다. 
예전에는 나뭇잎 떨어지는 가을을 좋아했다. 아니 비가 와도 좋고 바람이 불어도 눈이 내려도 모두가 나를 위한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지금은 눈은 무섭고, 비도 싫고, 바람도 싫다.
사람들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이 말은 시인 노천명이 1945년 시집(창변)에 발표했던 ‘푸른 오월’의 한 구절이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인지 무색하고 외롭구나. (중략)
이해인 시인은 ‘찔레꽃, 아카시아꽃, 탱자꽃, 안개꽃이 모두 흰 빚으로 향기로운 오월, 푸른 숲의 뻐꾹새 소리가 시혼을 흔들어 깨우는 오월’이라고 노래한다.
또 수필가 금아 선생은 수필 오월에서 ‘금방 찬물에 세수한 스물한 살의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묘사한다.
이렇듯 찬란했던 봄이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봄인가 싶으면 여름이요 가을인가 하면 이미 겨울이다.  
뿐만 아니라 꽃도 예전처럼 매화, 산수유, 진달래, 목련, 벚꽃이 순서 있게 피지 않고 뒤죽박죽으로 일시에 피고 져 버린다. 
뒤따라 철쭉, 영산홍, 수수꽃다리, 등나무 꽃도 질서 없이 앞다투어 피고진다.  
오래된 뉴스이지만 지난 2월27일자 모 중앙일간지는 금년 1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8도 높아, 제주는 84년 만에 매화가 가장 먼저 피었다고 전했다.
유년시절 나는 많은 봄꽃 가운데서 자운영꽃을 유난히 좋아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지만 70~80대는 금방 알 수 있는 꽃이다. 
자운영꽃은 모습이 클로버꽃과 흡사하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장미목 콩과에 속한 두 해 살이 식물이다. 키는 10~25cm이며 꽃은 4~6월에 핀다. 뿌리에 뿌리혹 박테리아가 붙어 있어 질소 비료 효과가 있어 논에 심은 후 모내기 전에 갈아엎어 비료로 사용했다. 
아주 여린 새순은 봄나물로 먹기도 했지만 맛이 좋지 않아 많이 먹지는 않았다. 대신 황소가 좋아했다.
당시 중‧고생이던 나는 봄이 되면 우리집 보물 제1호 황소를 돌보는 것이 나의 몫이었다. 
곧 시작되는 모내기를 위해 소를 잘 먹여야 했다. 소를 몰고 논둑길 밭둑길로 다니다 마치 골프장 잔디밭 같은 자운영 꽃밭을 만나면 나는 소고삐를 놓는다.
그리고 수많은 꿀벌이 윙윙거리고 나비가 춤을 추는 꽃밭에 누워 청운의 꿈을 꾸었다. 행복으로 충만했던 그 시절의 봄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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