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줍는 여인들’이라는 프로젝트를 보고 이제는 새를 주울 때다 싶어 연결을 청했다. 눈호사 귀호사가 쌓일수록 죄책감의 그림자도 길어지곤 하던 차였다. 해남의 자연을 누리다 돌아간 집 창문 아래 부딪혀 엄마 까투리가 떡하니 죽어있었다. 유리창엔 충돌흔이 선명했고 알 품으러 부풀었을 가슴깃이 창에 붙어 나부끼고 있었다.
마침 ‘엄마까투리’라는 에니메이션을 보곤하는 아이와 함께 나무 아래 묻어주면서 다짐했다. 엄마가 죽으면 알과 새끼들의 운명도 같은 신세. 죽음을 면하려면 예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어제 해남 조사는 공식적으로 조사된 적이 한 번도 없다시피 했던 거 같다. 강진에서처럼 국립생태원 스티커도 다른 어떤 스티커 표시도 없었다. 옥천 한 구간은 방음벽마다 충돌흔이 나타났다. 부딪히며 소낭이 터진 흔적이 깃털의 결과 함께 유령처럼 남아있었다. 옥천에 새로 난 교차로 방음벽 아래 전 구간엔 깃털들이 수북했다.
무더운 날씨에 조사자들도 말라가고 있으니 주검은 오죽하랴. 백골 찾기도 힘들었다. 고양이보다 늦었구나. 9시간 내내 열심히 조사하면서 충돌흔을 찾는 법을 익히고 사체 줍고 찍고 네이처링에 기록해 시민데이타를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됐다.
해남에서의 공식적인 첫 조사에 루트를 짜면서 해남의 모든 아이들이 필수 코스로 가는 흑석산 유아숲체험원에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새가 계속 부딪히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기에 오래 근무해온 분도 출근하자마자 새들이 죽어있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는데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다니 무척 반가워하셨다.
2022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에 따라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투명 유리창·방음벽 등 국가기관 인공구조물에 충돌하는 피해를 저감 조치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
이미 타 시군에서는 조례를 만들고 예산 집행해 시행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해남에선 저감 조치된 곳을 아직 보지 못했다.
해남 곳곳 생태축 자리에 풍경을 누리고자 유리창이 큰 공공건물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어 곳마다 충돌 실태 조사와 예방 조처가 절실하다. 인간은 하루 2만번 눈을 깜박인다는데, 우리가 눈 깜박이는 순간마다 유리창에 새가 부딪히고 있는 셈이라니. 이미 나라장터 조달청에 도트형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가 판매되고 있다.
맹금류 스티커는 소용없으니 실수하지 않기를. 만약 스티커를 붙이기 부담스럽다면 창가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자. 흰색 마카보다 아크릴 물감을 붓으로 그리는 편이 더 좋다. 해남의 강한 해와 비바람에 오래가지 않으니, 창 바깥쪽에 5×10cm의 도트 처리로 어느 방향에서나 새들이 보기에 이곳이 뚫린 빈 공간이 아니라 장애물이라는 걸 분명히 인식시켜줘야 한다.
새들은 인간과 달리 더 너른 시야각을 가지다 보니 우리보다 시력이 좋다 하더라도 우리보다는 2차원적 감각으로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한다.
더구나 우리보다 더 시각 의존적으로 진화했기에 머리 대부분이 안구가 차지하고 있다시피 해 충돌 후 살아나더라도 안구 파열로 눈이 머는 경우가 많다.
이제 더 이상 미필적 고의를 반복하지 않기를. 마침 내일부터 내리는 비에 유리창이 깨끗해지는 대로 당장 시작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