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성농원 최용문씨
‘해남복륜’ 전국 보급
해남읍 복평리에 자리한 북두성농원. 이곳은 무늬동백의 고향이다. 최용문(71)·정혜숙(68) 부부가 가꿔온 무늬동백의 이야기가 농원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난초와 야생화를 키우며 식물의 세계에 빠져든 최씨는 무늬동백의 희귀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돼 2010년 33년의 공직 퇴직 후 본격적인 무늬동백 연구에 나섰다.
무늬동백 열풍이 뜨거웠던 2013년도 그의 농원은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붐볐다. 이때 전국에 무늬동백을 알리고 보급하는데 큰 획을 그은 이가 바로 최용문씨다.
그의 농원에는 여전히 무늬동백 50~60여 품종이 자라고 있다.
그는 자연에서 나오는 변이를 찾기 위해 몇 년 동안 산을 헤맸다. 동백나무 끝에 변이를 보이는 한 가지를 채취해 접을 붙여 정성껏 키웠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이가 발견되곤 했다.
최씨가 전국적으로 보급한 종으로는 ‘해남복륜’이 있다. 동백잎 가장자리에 노랗게 무늬가 도는 동백이다.
최씨는 여전히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 나무와 씨앗을 돌본다. 나이가 들면서 ‘욕심을 줄이자’고 다짐하지만 농원을 둘러보면 오히려 더 품종이 늘어 있다.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무늬동백 품종은 ‘샤넬’이다. 그가 농원에서 계량한 ‘샤넬’ 변이종은 최상급으로, 무늬가 고정돼 있다. 진한 황색의 중간 복륜에 녹점이 선명하게 박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이파리가 동그랗게 말아져 마치 컵처럼 보이는 ‘컵동백’도 특별하다. 최씨의 동백 사랑은 단순한 번식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대량 생산보다는 품종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며 최상의 무늬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다.
샤넬 외에도 ‘해남복륜’, ‘용암’ 같은 품종은 농원의 자존심이다. 또 ‘개벽’, ‘컵동백’, ‘아리랑’, ‘청룡’, ‘백록담’ 등 이름만 들어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품종들이 북두성농원에 있다.
한편 ‘북두성농원’이라는 이름은 붉은 찔레에서 비롯됐다. 2004년 해남 공설운동장 인근 담장에서 그가 발견한 붉은 찔레꽃을 전국에 알리며 ‘붉은 찔레 북두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온라인 동호회에서 ‘붉은 찔레 북두성’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고, 그 이름이 결국 농원의 간판이 됐다.
최씨는 매일 오전 8시 무렵 도착해 흙을 만지고, 가지를 자르고, 물을 주는 일상이 반복된다.
무늬동백이 그의 인생 2막을 연 직장이라면, 식물과의 교감은 그를 살아있게 하는 일상의 언어다. 그는 농장에서의 작업을 출근이라 부른다. 오후 4시쯤 퇴근하기까지 물 주기, 접목, 가지치기, 제초 작업이 이어진다. 주말도 예외는 없다.
식물을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도 있다. 그는 무늬동백의 색과 형태 변화에서 창조적 에너지를 얻는다.
최용문씨는 “흙과 식물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즐겁다. 해남의 이름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무늬동백 등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