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읍면에 14개 조성
쌈지공원 수준으로 전락
해남군은 올해 해남전체를 정원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원도시 해남’ 비전을 표방했다.
명현관 군수도 신년사에서 지역소멸 극복 방안으로 올해 시행될 14개 읍면 마실정원을 통해 생활인구를 유입하겠다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경관 조성과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정원도시 해남’을 목표로 다양한 정원조성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해남군이 14개 읍면에서 추진하는 마실정원은 쌈지공원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해남군은 군비 7억원을 들어 14개 읍면에 14개 마실정원을 조성하는데 1개소당 5,000만원의 예산을 획일적으로 배정했다.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마실정원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주민쉼터나 꽃단지, 휴게공간, 산책로 등이다. 그동안 각 마을에 조성된 쌈지공원 수준의 토목공사 위주다.
해남군은 지난 3월 ‘정원도시, 해남·땅끝에서 피어나다’를 주제로 ‘해남정원도시 포럼’도 열었다. 국내외 정원 전문가와 연구자들을 초청해 해남 정원도시 방향성을 듣는 자리였다.
포럼의 주 내용은 정원도시란 정원을 도시 전체로 확장하는 개념이고 따라서 정원도시는 단순 조경사업이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을 견인할 주요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우리나라 정원도시는 순천만에서 시작됐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을 통해 순천시는 순천시 전체를 생태정원도시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남군은 정원도시 해남을 표방했음에도 마실정원을 토목공사 위주의 쌈지공원으로 접근, 정원도시 개념을 이해하는 해남군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 정원도시를 표방했음에도 14개 마을에 각 5,000만원을 획일적으로 배정한 점도 정원도시 개념을 토목공사 정도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원도시는 해남군을 어떻게 정원도시로 만들지 장기프로젝트 사업이고 그에 맞춰 특색있는 마을을 정원마을로 특화시키는 작업이 더해지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신안군이 1도 1뮤지엄(박물관‧미술관)을 통해 각 섬의 역사성과 특징 등을 특화시키며 도시 전체를 뮤지엄화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해남군에서 정원마을이 가능한 곳은 현산면 포레스트 수목원 진입마을과 계곡면 비슬안 등이 대표적이다. 포레스트 수목원 진입로인 현산면 봉동마을은 마을진입로에 수국이 자라고 일부 가정집에서도 마당과 텃밭 등에 수국이 식재돼 있다. 포레스트와 연계한 수묵마을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한때 진행되기도 했다.
비슬안권은 해남 대표 생태마을이고 돌담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정원에 이어 민간정원을 지정해 육성하고 있다.
삶의 질에서 공간의 질로 급속한 변화를 맞으면서 정원이 크게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전체가 정원으로 지정된 사례가 없어 해남군이 처음 마실정원을 들고 나왔을 때 그러한 개념의 마을정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대부분 이해했다.
토목공사 위주로 진행된 마을의 쌈지공원은 관리가 안돼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을주민들 스스로 만든 정원이어야 주민들의 삶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