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선/해남탐조모임새봄 활동가, 땅끝아해 대표
윤지선/해남탐조모임새봄 활동가, 땅끝아해 대표

 

 해남과 비슷한 하구 갯벌과 섬 연안의 환경을 지닌 인천에서 오랫동안 자연을 보아온 실력파 선생님들이 대흥사 계곡숲을 찾아왔다. 아이들을 키우며 지역의 제철 자연을 배우면서 숲해설가와 자연안내자로 성장한 엄마들이기도 하다. 때마침 풍성하게 피어난 머귀나무 꽃을 오가는 분주한 벌 나비 가운데 멸절되고 있다는 푸른큰수리팔랑나비도 보고, 막 이소하고 있는 긴꼬리딱새들도 여럿 만나며 탄성을 지른다. 숲길따라 망태버섯과 함께 늦은 대흥란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대흥사 일대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 붙여진 난초과 부생식물로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동백꽃보다도 더 해남의 상징화로 삼을만하다. 얼마 전 산책로 따라 유난히 수십촉 이상 피어난 걸 보면서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푹푹 파간 흔적이 너무나 역력해 충격을 받았다. 해남은 과연 기대보다 더 진귀한 자연을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자연학습 교육장임에도 안내판도 안내자도 감시자도 없어 두번 놀랐다고 한다.
해남 두륜산은 전국의 연구자들과 애호가들에게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 온갖 기관에서도 연구논문 표본을 찾아오는 곳이다. 이날도 포충망을 든 학생부터 야생화 업자가 산길 곳곳을 찾고 있었다. 혹시나, 보호종은 건드리지 않으시죠? 말을 걸어보지만 함께 자연을 지킬만한 이인지 아닌지 잠깐의 마주침으론 알 길이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해남군에서 숲해설가들을 고용해 이들이 몇년간 인간 CCTV가 되어 자동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었고 쓰레기 투기나 불법 포획을 방지하는 레인저스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동안 몇 년간 꾸준히 이 숲을 지켜오던 숲해설가들 모두 계약해지 되어 이 훌륭한 숲을 설명해주는 이도 모니터링하며 지키는 이도 전무한 상태가 되었다. 멸종위기 동식물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고 있는 두륜산 대흥사 일대는 기후변화시대에 더욱 중요한 곳이다. 길정원 문제가 예민했던 것도 이점에서다. 작년에도 비단벌레가 나타났던 큰 고목들을 벨 뻔했는데 길정원측과 대흥사에 잘 이야기하여 비단벌레 안내판을 세우고 보존될 수 있었다. 
해남 자체가 예로부터 중요한 동식물들의 서식처이고 두륜산은 그 핵심 탯자리이며 대흥사 물길은 그 심장이라 할만하다. 
해남의 ESG 지속가능성은 이제 그린잡(green-job) 녹색일자리가 필요하다. 현재 숲해설가가 되려면 광주까지 나가야하지만, 군내에서 모집하여 개설하면 과정에 상당 부분을 해남군내 자연자원을 활용하여 자연안내 자격과정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활용하면 해남의 시민들과 자연감수성 교육 함양은 물론 많은 녹색일자리를 파생시킬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I급 비단벌레가 올해도 우리들 눈앞에 나타났다. 작년엔 암컷 한마리에 수컷 여러마리가 붙어 5겹의 모습을 보았는데 올해는 암컷이 알을 낳는 귀한 산란 과정을 만나게 되어 잘 지켜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국립 기관들과 좀더 활발한 협력을 해보고자 한다. 곤충 좀 한다는 이들 사이에선 이미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깃대종 삼는 내장산이나 복원에 성공한 울산보다도 해남 두륜산이 한국 비단벌레 최대 서식처라는 것이 상식이 된지 오래다.
해남 사는 우리는 누구나 여름이면 대흥사 계곡의 깊푸른 아름다움에 고마워하며 물그늘 아래 시원함을 한번쯤 만끽했을 것이다. 자연은 직접 체험해야 한다. 
나름 20년간 자연교육현장들을 지켜보면서 숲은 푸르러졌고 환경의식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현재 한국사회 아이들의 자연감각은 크게 후퇴한 걸 실감한다. 아무리 AI와 가상증강현실 AR VR 시설이 늘어난들, 오감으로 체험하고 직접 만나는 경험없이는 자연교육은 성공할 수 없다. 
희귀동식물이 철마다 독특하게 번식하는 대흥사는 최고의 자연학습장이다. 내년엔 남녘에 내려오는 젊은 연구자들과 해남지역 학생들에게 그린잡 진로적성 교육과 멸종위기동식물 교육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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