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장·해남장서 판매
북평면 영전 최찬은씨
“지금은 전어가 제일 맛있어요. 뼈가 연해서 회로 딱 좋지요.”
북평 남창장과 해남읍 장날이면 직접 잡은 자연산 생선회를 떠주는 사나이를 만날 수 있다. 최찬은(47)씨다.
최 씨는 10년 전부터 장터를 다니며 직접 잡은 생선을 파는데, 손님이 원하면 생선을 손질해 회까지 떠주는 것이 그의 차별점이다. 생선값에 5,000원을 더하면 먹음직스럽게 회를 떠준다.
북평면 영전마을에 사는 최 씨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바다로 나가 그물을 걷는다. 갓 건져 올린 생선을 이른 아침 장터로 가져오면 단골들이 하나둘 찾아온다.
최 씨는 생선을 사가라고 적극적으로 손님들을 부르거나 잡지 않는다. 수수한 성격 탓에 손님 부르는 소리보다 입소문이 그를 키웠다.
필요한 손님들이 가격을 물으면 답을 하고, 회를 떠 달라면 떠주는 방식이다. 도통 장사 체질이 아닌 듯하지만, 칼을 들면 눈빛이 달라진다.
그가 회를 떠주는 풍경은 장터 안 색다른 풍경이다. 포장 용기와 도마, 회칼만 있으면 어디든 즉석 횟집이 된다.
손님은 원하는 생선을 고르고, 그는 능숙한 손길로 살을 발라낸다.
도마 앞에 서서 깔끔하게 회를 떠내는 모습은 시장의 또 다른 구경거리다.
비늘을 걷어내고 뼈를 가르는 소리, 칼끝이 도마에 닿는 경쾌한 박자에 구경꾼들의 눈길이 이곳으로 모인다.
회 한 접시를 완성해 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15~20분, 생선마다 손질법도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최찬은씨는 10년 넘게 장터에서 회를 뜨며 쌓은 손기술은 어디서 배운 게 아니다. 시장에서 어깨너머로 보고, 계속하다 보니 손에 익은 것이다.
최 씨는 “직접 회를 떠주니 전보다 생선도 더 잘 팔렸고 대부분 단골이나 가끔 관광객들도 회를 떠간다”며 “손님을 부르거나 권하지 않아도 알아서 사간다”고 말했다.
단골들은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 “오늘 뭐 걸렸냐” 묻기도 한다. 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전화 예약을 하고, 나중에 찾으러 오는 이들이 많다. 어떤 날은 회를 뜨는 대기 줄이 길어져 1~2시간을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손님들은 “역시 자연산이라 맛이 다르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에는 제철을 맞은 전어가 나오는데, 뼈와 함께 썰어주는 세꼬시 등 취향껏 뼈 없이도 회를 떠주고 있다. 요즘 전어는 1kg에 2만5,000원, 회를 떠가면 3만원이다.
또 민어, 숭어, 줄돔, 갯장어도 그물에 걸린다. 계절마다 잡히는 자연산 생선을 직접 떠주는 손맛 덕에 그를 찾는 단골이 많다.
그의 좌판에는 언제나 자연산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물때가 안 좋을 때는 주변에서 구해다 팔기도 하지만 직접 잡은 것이 대부분이다. 믿음으로 거래하는 시장의 원칙을 그는 지금도 지켜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