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해남우리신문 기자
    김유성/해남우리신문 기자

 

 지난 8월20일 화원 당포마을, 폭염 속에 몇몇 어르신들이 낡은 조립식 건물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4개 마을에서 모인 남성 어르신들만 최대 12명, 좁디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TV를 보는 중이었다. 
건물의 벽은 비닐하우스 천과 방수 부직포로 덧댄 수준이고, 바닥에는 오래된 장판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다. 여름엔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겨울엔 기름 난로에 의지한다. 에어컨은커녕 온수 시설도 없다. 
대부분의 농촌 마을에는 마을회관이 있지만, 회관은 주로 여성 어르신들의 생활 거점으로 쓰이고 있다. 과거부터 마을회관은 노인 돌봄과 공동 취사, 모임 공간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중심이 됐다. 
남성들은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나 정자나 길가 그늘에서 삼삼오오 모여 쉬는 것이 관습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그 관습조차 위태롭게 만들었다. 여름 폭염은 30도를 웃돌고, 겨울 한파는 난방이 없으면 생존을 위협한다. 올해는 특히 더워 오후에는 아예 모임을 중단할 정도라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당포마을 주민들은 현재 사용 중인 조립식 건물이 10여 년 전 손수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좁고 위험하다. 여름엔 찜통, 겨울엔 얼음 창고 같은 곳”이라며 “이제는 안전한 무더위 쉼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근 4개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모이면 10명 이상이 한곳에 모이는데 실내가 비좁아 일부는 야외 의자에서 쉬곤 한단다. 
실제 현재 공간에는 기름 난로가 유일한 난방 시설인데, 화재 위험이 높아 겨울철엔 늘 불안감을 안고 지낸다. 남성 어르신들은 농사일을 마치고 잠시라도 쉬어갈 ‘남자 아지트’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행정 절차다. 과거에는 군수나 면장을 직접 찾아가 요청하면 편의시설 건립이 비교적 쉽게 이뤄졌지만, 지금은 주민이 서류를 직접 작성해 사업으로 따내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 마을에서 복잡한 서류 작업을 해낼 인력은 부족하다. 
주민들은 “행정 절차가 까다로워 결국 이런 임시 건물에서 버티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한파가 일상화되면서 안전하고 쾌적한 쉼터 마련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존 인프라’가 되고 있다. 
폭염에 선풍기 하나로 버티며, 겨울엔 화재 위험을 무릅쓰고 기름 난로에 의지해야 하는 어르신들의 현실. 이곳 어르신들은 쉴 수 있는 새로운 쉼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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