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변화 체감, 전국적으로 멸치 어획량 줄어
9월 들어서야 해남 땅끝마을 앞바다에서 멸치가 잡히기 시작했지만, 어획량은 크게 줄었고 크기 또한 여전히 초사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름 내내 멸치 대신 해파리만 넘실거려 빈손으로 돌아왔던 어민들은 “이제 좀 잡히나 싶었는데 양이 적고 멸치가 너무 작아 예년과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멸치 흉년의 배경에는 수온 상승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멸치의 천적이자 경쟁자인 정어리 떼가 급격히 늘어난 점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어리는 멸치와 먹이원을 공유하고, 때로는 멸치를 직접 사냥하기도 해 멸치 어획량 감소의 복합적 원인으로 꼽힌다.
김철 땅끝어촌계 총무는 “멸치가 잡히는 시기도 지난해보다 늦어졌고, 양도 크게 줄었다”며 “수온 상승에 따라 정어리 떼가 많아진 것도 체감된다. 바다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게 어민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땅끝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완도, 여수, 남해 등 전국 산지에서 멸치 어획이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건멸치 가격도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땅끝 잔멸치는 해풍에 말려 은빛이 살아 있어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지만, 올해는 거래량이 크게 줄어 ‘귀한 멸치’가 됐다. 가격은 1.5kg당 4만원 중반대까지 치솟았지만, 팔 물량이 없어 어민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멸치 흉년과 정어리 떼 증가는 단순한 한 해의 풍흉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징후다. 어민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배를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