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연의 시각적 전환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구성연 작가의 ‘산수’와 ‘난초’ 시리즈는 전통적 상징과 소비사회의 부산물이 만나 빚어낸 역설적 풍경을 선보인다.
구성연 작가의 ‘산수’와 ‘난초’ 시리즈는 전통적 상징과 소비사회의 부산물이 만나 빚어낸 역설적 풍경을 선보인다.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는 땅끝순례문학관에는 구성연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인도철학과 사진을 전공한 그는 평범한 일상 사물을 전혀 다른 대상으로 재창조하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단순히 ‘찍는’ 사진을 넘어, 수집·해체·재구성 과정을 거쳐 사물의 물성과 상징성을 탐구하고 이를 다시 사진으로 기록하며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는 방식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산수’ 시리즈와 ‘난초’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돌멩이로 산수와 괴석을 만들고, 버려진 플라스틱 비닐과 샴푸통을 난초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구 작가는 “괴석은 변치 않는다는 특성으로 장수와 의리를 상징하지만,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쓰레기가 된다. 그 안쓰러운 물성에 주목해 군자의 상징인 난초 자리에 잠시 플라스틱을 놓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시장에 걸린 병풍 형식의 대형 작품은 한지 위에 인쇄된 바위와 난초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얼핏 전통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그것이 플라스틱과 돌멩이의 조합임을 깨닫게 된다. 난초의 가늘고 유연한 잎사귀가 사실은 비닐의 날카로운 곡선이라는 사실은 관람객에게 충격과 동시에 미묘한 유머를 안긴다. 자연과 인공, 전통과 현대가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는 순간, 보는 이는 ‘아름다움과 쓰레기의 경계’라는 낯선 질문에 맞닥뜨린다.
또 다른 시리즈인 ‘바위’는 단순한 자연물을 확대해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제시한다. 바위 표면은 마치 거대한 산맥처럼 펼쳐지고, 전통 수묵이 표현했던 자연의 영속성과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인공물의 영속성이 아이러니하게 맞닿는 장면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모든 결과물이 전통 한지 위에 인쇄된다는 점이다. 재생된 플라스틱과 바위의 이미지가 한지의 결을 만나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관람객에게 낯설지만 묘하게 친숙한 감각을 전한다. 
구성연의 작업은 덧없음에서 출발해 사라지지 않는 물질의 본질로 확장되는 사유의 과정이다. 플라스틱 난초와 바위 풍경은 결국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지속성, 그리고 존재의 시간성을 동시에 질문하는 장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관람객이 이 작품 앞에서 ‘사물은 단순히 있는 것인가, 아니면 끝없이 새롭게 보이는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는 점이다.
비엔날레의 전시장은 단순한 감상의 공간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며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 실험실이 된다. 구성연의 작품은 사물과 인간, 시간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를 사유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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