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출신 고수 박준호
세 번째 고법 발표회
해남의 청년 고수 박준호(41)는 올해도 북채를 쥐었다.
오는 10월17일 오후 4시, 해남문화원 2층 공연장에서 ‘해남 고수의 맥을 잇다 3’ 판소리고법 발표회는 그가 2023년부터 매년 이어온 해남북 전승 무대의 세 번째 여정이다.
박 고수의 국악 인생은 열 살 무렵부터 시작됐다. 1993년, 해남문화원이 개설한 제1기 지역문화학교에서 쌍둥이 형제와 함께 처음 북을 잡았다. 그의 장단을 눈여겨본 사람은 바로 스승 故 추정남 전남무형문화재였다. 이때부터 추 선생의 정식 제자가 됐고, 30년 동안 한 스승 밑에서 고법을 갈고닦았다. “나는 선생님 외에 다른 고수를 찾아간 적이 없다. 스승 곁에서만 배웠고, 그 원형 그대로를 지켜왔다”는 그의 말처럼, 고법의 맥을 지켜낸 길은 한결같았다
20대 시절에는 전국대회 명고부문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12년간 진도군립민속예술단에서 수석단원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광주예술고 국악과 교사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삶의 무대가 어디로 향하든 그의 뿌리는 늘 해남에 있었다.
그는 매년 발표회를 고집한다. 고법 발표회가 있어야만 전승의 끈이 이어진다고 믿음 때문이다.
박 고수는 “솔직히 광주나 서울에서 활동하면 훨씬 편하다. 더 안정적이고 기회도 많다. 그러나 해남에서 이걸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힘들더라도 발표회를 열고 있고 또 발표회가 있어야 기록되고, 전승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번 세 번째 발표회는 더욱 특별하다. 해남문화원이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국악을 배웠고, 또 첫 무대를 올린 곳이 바로 문화원이다.
그는 “문화원 무대가 바뀌기 전에 마지막으로 어르신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무대 구성도 다채롭다. 판소리 춘향가 눈대목을 중심으로, 병창과 기악 협연이 어우러진다. 원래 산조나 병창은 장구 반주가 일반적이지만, 그는 고법 발표회의 성격에 맞게 북 반주로 무대를 꾸린다. 또 해남 출신 대금 명인이 참여해 대금산조를 올리고, 명창들도 무대에 선다.
하지만 박 고수의 시선은 단순히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박 고수는 “언젠가 해남에도 군립국악단이 꼭 생겼으면 좋겠다. 영동, 보성, 하동에도 있는데 해남이 왜 못하겠는가? 해남은 인구도 비슷하고, 전통도 깊다. 군립국악단이 생기면 출향 국악인들도 돌아올 수 있고, 젊은 전공자들이 해남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또 무형유산 전수관도 조성해 강강술래, 농요, 씻김굿, 고법 같은 해남의 전통을 보존하고 보여줄 공간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세 번째 발표회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해남의 무형유산을 지키려는 한 예인의 다짐이자 선언이다. 그가 북을 울릴 때마다, 해남의 맥은 이어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