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줄어 쌀값 급등했지만
비료값·인건비·기상이변

 해남의 들녘은 올해도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하지만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쌀값이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뉴스가 연일 들려오지만, 정작 논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가격 회복은 한참 멀었다”라며 고개를 젓는다.
화산면에서 30년째 벼농사를 짓는 정모(64)씨는 올해 유난히 긴 한숨을 내쉰다. 그는 “작년에 20kg 한 포대에 6만원을 못 넘겼지만 올해는 7만원 넘는다니까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료값이 매년 오르고 인건비도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쌀 한 가마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 값이 올라도 농민이 웃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해남지역 농협들에 따르면 40kg 당 6만원 선의 우선지급금을 지급하고 12월 시중 가격 형성을 감안해 최종 정산하는 안이 유력하다. 우선지급금은 지난해 5만8,000원에 비하면 소폭 오른 것이지만 현재 6만7,000원 정도 하는 시중 가격엔 미치지 못한다.
추석 전 원료곡 부족으로 시중 벼 가격이 한때 7만5,000원에 육박한 적도 있었지만 명절 이후 하락중이다.
농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격의 불안정성’과 쌀값 ‘회복’을 쌀값 ‘폭등’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다. 매년 정부의 시장격리나 비축미 방출 여부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구조 속에서, 농민들은 계획적인 경영을 세우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옥천면 김모(67)씨는 “쌀은 한 해 농사가 아니라 평생의 삶인데, 정부 정책에 따라 하루아침에 가격이 바뀌니 불안하다. 올해는 올랐지만 내년엔 또 떨어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정부가 비축미 방출과 할인행사를 병행하면서, 농민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물가 안정이 우선시되는 구조에서 농민 몫이 늘지 않는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농업단체 관계자는 “산지 가격이 오르더라도 유통마진만 커지고, 농가 수익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더라도 20년 전 쌀값으로 이제 막 회복되고 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쌀값 폭등으로 간주하고 있어 정부와의 협상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쌀값 상승이 오히려 농촌 현장에 ‘가격 착시’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겉으로는 쌀값이 오르며 농가 소득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산비 폭등과 일손난, 기후 리스크로 인해 순이익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줄고 있는 것이다. 
한편,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5년 10월 중순 현재 20kg 기준 쌀 소매가격은 6만8천 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천 원 안팎)보다 약 30% 상승했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도매가격 역시 1년 전보다 평균 5천원 이상 오른 5만2,793원(20kg 기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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