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선/ 해남탐조모임새봄 활동가, 땅끝아해 대표
윤지선/ 해남탐조모임새봄 활동가, 땅끝아해 대표

 

 추수의 계절, 벼베기가 한창인 이때 연일 큰 비가 내려 농부님들 시름이 짙다. 비가 멈추면 후덥한 이상한 가을 장마가 길어도 너무 길다. 다음주엔 갑작스레 겨울처럼 10도로 내려간다는 예보. 올겨울 폭설대비도 걱정해야 하니 기후변화가 기후재난이 된 오늘을 실감한다. 
대륙의 건조한 찬바람이 내려오는 이 계절이면 적절히 식었어야 할 바다가 뜨거운 상태로 만나 장마전선을 만들었다. 해수열파로 얕은 바다에 둘러쌓인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계는 지구 평균 상승률을 훨씬 웃돌아 수온 현황 지도를 보면 불타듯 빨갛다.
어제는 해남군자원순환페스타에서 해남탐조새봄팀과 서정초 아이들이 해남의 새와 상괭이를 알리고 보호하기 위한 부스를 열었다. 
그동안 우리가 만나온 아름다운 해남의 새들을 보여주고 새소리를 들려드렸다. 이 북풍을 타고 몽골과 시베리아에서 따뜻한 월동지를 찾아 한반도 끝 해남으로 내려오고 있는 새들처럼. 한평생 생명을 낳고 키워내느라 골다공증의 가벼운 몸이 되어 떨리는 손으로 해남군의 조류충돌방지조례에 서명을 하시면서 “새들도 생명인데 살려야지” 해주시는 어매들. 갯벌에서 들리던 소리라며 도요새 소리카드를 들려드리기 눈감고 귀기울이며 섬집아기들 키우며 굴 캐러 다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셨다. 
어제만큼은 참여한 모든 부스가 준비과정서부터 지구로운 전환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느껴졌다. 일년에 한번이 아니라 해남의 모든 축제들마다 이렇게 전환되어 정착된다면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그동안 해남형ESG는 쓰레기 주제가 많았다. 아이들조차 자원순환은 쓰레기 재활용을 말하는 거 아니냐고 헷갈려하기도. 길호리에 있는 생활자원처리시설을 방문했던 누군가는 해남도 이제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니 쓰레기 더 만들어도 괜찮다기에 놀랐다. 
해남의 폐기물 재활용률이 84%이고 100% 목표로 해도 생산량이 늘면 쓰레기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공학적 계산은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게 되기에, 해남의 르네상스가 아닌가 싶게 잘 끌어온 좋은 정책의 방향들이 퇴색될까 염려된다.
새가 사실은 공룡이야 그러면 아이들은 눈이 커져서 믿지 못하는 눈치다. 공룡 연구가 시작된 200년간 가장 중요한 성과는 공룡이 완전히 멸종하지 않고 새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래서 새는 기후변화에 기민하게 변화해온 멸종시대 육상생태계의 바로미터다. 
바다로 간 포유류인 고래는 바다생태계의 건강성을 말해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자연순환시스템을 조절해온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도 탄소를 포집하고 생태계 균형을 안정시켜 기후변화를 막는 효과가 결코 작지 않으며, 오히려 인공강우처럼 공학적인 접근의 불확실성과 부작용에 비해 오히려 확실한 효과가 있어 기대하지 못했던 큰 성과지표들을 나타낸다. 그래서 다음달엔 더 본격적으로 해남의 아이들과 새와 고래를 함께 지키며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일들을 해보려 한다.
해남군의 진정한 자원은 천혜의 생물자원이다. 생태계 시스템이야말로 순환 그 자체다. 인간 문명의 2차적인 생산물이 되어버린 생활쓰레기들의 순환도 책임을 위해 중요하지만, 이제는 더 성숙하고 섬세한 해남형ESG로 거듭나야 할 때다. 
자칫하면 그린워싱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 필자조차 환경을 주제가 아닌 소재 수준에서 소비하는 삶에 그친다면 마찬가지다. 생태위기 시대에 환경을 추구하는 것이 그린워싱이 되지 않으려면 해남형 RE100도 자연기반해법NBS과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