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문화관광해설가협회, 전통정원 현장답사
현산면 구시리에 위치한 산림 속, 그 안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원림 조경가였던 고산 윤선도의 원림이 숨어있다. 지금은 산림에 묻혀있지만 우리나라 원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산의 자연관과 공생의 철학이 담긴 그 현장이 여전히 숨결을 품어내고 있다.
지난 10월21일 해남군문화관광해설사들과 함께 그 현장을 찾았다. 400여년 전에 조성된 원림은 빽빽한 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었지만 이날 안내를 맡은 생태문화학교 박종삼 교장이 미리 낸 오솔길을 따라 그 현장에 이르렀다.
고산의 나이 53세 때인 1639년, 영덕 유배에서 풀린 그에게 아끼던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슬픔이 너무 컸던 그는 현산면 구시리 깊은 산속을 유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장소를 발견했다. 바위에 흐르는 폭포와 사람 몸 하나 풀 수 있는 거대한 마당바위, 그리고 선비의 기개를 닮은 소나무와 대나무, 그 터를 밝히는 하늘의 달까지, 자연을 온전히 품은 터를 발견한 그는 그곳에 원림을 조성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금쇄동과 문소동, 수정동 원림이다. 이중 수정동에는 바위 폭포 앞에 인소정을 짓고 자연과의 동화를 꿈꿨다.
고선 윤선도는 탁월한 예술적 소유자였다.
또한 자연에 대해 매우 독창적인 해석을 견지한 이었다. 특히 그는 지리, 의학, 음악, 천문 등에 대한 폭넓은 조예를 원림조성에 투영했다.
지난 10월21일 찾아간 수정동, 거대 바위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마주했다. 그 앞에 조성됐던 인소정 정자 터에 서서 고산이 느끼고 품었던 주변을 둘러봤다.
해남우리신문과 생태문화학교가 협업으로 진행한 ‘삶의 질에서 공간의 질로–호남 정원에서 공생의 철학을 보다’ 네 번째 정원투어에는 해남군문화관광해설사가 참여했다.
이날 투어는 현산면 구시리 수정동에 이어 녹우당에 조성된 오우가 정원으로 이어졌다.
이날 오우가 정원에선 해남군문화관광해설가협회 회원들은 해설사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대부분이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시를 유창하게 암송하며 시어에 담긴 다섯 벗의 의미를 폭넓게 이해했다. 마지막으론 삼산면 ‘비원’을 찾아 현대에 이르러 변화된 정원 문화와 그 속에 깃든 전통정원의 숨결을 엿봤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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