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54kV 송·변전설비 건설사업 설명회’
주민들 보상액보다 지역공동체 피해 주장
한전이 해남에서 추진하는 154kV 송‧변전망 확충 사업이 순탄하지 않음을 예고했다.
한전은 고천암에 들어서는 신해남변전소를 중심으로 남창·읍 용정·황산·문내 등 약 6개 구간, 100km 이상 거리에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0월28일 해남문화예술회관 다목적실에서 ‘해남지역 154kV 송·변전설비 건설사업 설명회’를 열고, 신해남변전소와 해남 일대에 설치되는 송전선로 계획을 소개했다.
송전선로가 설치되는 구간은 황산·문내·산이·삼산·북평·송지 등 8개 읍면이 포함되며, 주요 변전소 간 연결 구간은 ▲신해남 변전소~남창(20km) ▲신해남~용정(7km) ▲신해남~문내(20km) ▲신해남~황산(30km) 등이다. 준공 목표는 2030년 12월이다.
한전 측은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과 지역 내 전력공급 효율화를 위한 사업”이라며 “전원개발촉진법 제5조 3항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입지선정위원회에는 주민대표, 학계·언론·환경단체 등 전문가, 지자체 공무원, 전원개발사업자 등 4개 그룹이 참여한다며 주민의견을 반영해 최적의 노선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명회 현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주민들은 “사업을 결정해 놓고 통보하듯 진행되는 설명회”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참석자는 “주민 반대가 뻔히 예상되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전력망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송전탑과 철탑이 해남 전역을 둘러싸게 되는 점, 농지 훼손과 재산가치 하락, 전자파 노출 우려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설명회 후반에는 “이번 사업이 수도권으로의 전력 송전을 위한 사전 단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주민은 “해남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려는 국가망 사업 아니냐”며 “지역 전력 자립과 상생이라는 대통령의 공약과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해남지역 154kV망은 지역 전력공급을 위한 ‘말초신경망’에 해당하며, 수도권으로 보내는 345kV급 초고압선로와는 별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결국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 체계 유지 아니냐”는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이날 토지보상 절차도 소개됐다.
한전은 송전선 경과지 토지 소유주에게는 ‘지상권 설정’ 방식으로 감정평가 평균가 기준 보상이 이뤄지며, 송전선 양측 3m, 추가 안전 이격거리 1.8m에 대한 보상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보상액보다 중요한 건 지역공동체의 피해”라며 “한전의 일방적 기준이 아니라 주민과의 협의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설명회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우리를 신경계라 부르며 수도권 척추에 연결하겠다는 논리”, “지역의 상처를 대가로 얻는 국가망이 무슨 의미냐” 등 비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주민대표들은 “이 방식으로는 해남군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한전은 사업 전면 재검토와 진정성 있는 협의 절차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입지선정위원회와 추가 설명회를 이어갈 것”이라며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