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의 교사가 여러 수업
개설 과목도 적어 불평등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고교학점제가 전국 고등학교에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도시와 농촌의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도시권 학생들이 ‘과잉 경쟁’과 ‘조기 진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 농촌 지역 학생들은 애초에 ‘선택의 자유’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깊은 구조적 불평등을 낳고 있다.
도시권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설계하며 대학 입시 전략을 조기부터 구체화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로를 빨리 정해야 한다는 압박과 선택 과목에 따른 성취평가 부담이 겹치면서 ‘조기 진로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있다. 
반면 농촌 지역인 해남 상황은 정반대다. 과목 개설 수가 도시권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일부 과목은 교원 부족으로 매년 개설이 불안정하다. 전공 교사가 부족해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이나 학년을 겸임하고, 진로 선택형 교과는 대부분 도시 중심 학교에 집중돼 있다. 
해남읍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보다 개설 가능한 과목이 우선이 되는 상황”이라며 “교사 입장에서도 학점제는 이상이지만 현실은 과부하”라고 말했다.
그나마 읍권 학교는 인근 학교와의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강좌로 부족한 부분을 일부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면단위로 내려가면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면소재 학교들은 교사 확보가 어려워 필수 과목 외엔 개설이 제한적이며, 학생 수 감소로 일부 과목은 폐강되는 경우도 잦다. 또 이동 수업을 위해 다른 학교로 가려면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수업 참여가 사실상 어렵고, 온라인 수업도 장비나 통신 환경 부족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한 학생은 “듣고 싶은 과목이 있어도 교통편이 없어 포기했다”며 “선택권이 아니라 생존권 문제”라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너무 많은 선택’이 문제라면, 농촌 해남에서는 ‘선택의 부재’가 현실이다. 더구나 면단위 학교로 갈수록 제도는 공평성을 잃고 있다. 제도의 이상향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지만, 실제 운영 여건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와 관련 김성일 도의원은 지난 10월23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고교학점제가 지역 여건과 교육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농어촌 및 도서ㆍ벽지 지역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고교 교사 1인당 2개 이상 과목을 담당하는 비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다며 전공과 무관한 과목까지 도맡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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