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화려한 부활…해남땅끝전국마라톤대회
해남군육상연맹 이병두 회장, 내년엔 2월 대회
7년 만에 다시 열린 ‘해남땅끝전국마라톤대회’. 멈췄던 시간이 길었지만 해남군육상연맹 이병두 회장은 결국 그 약속을 지켜냈다. 지난 2월 취임한 이 회장이 중단된 땅끝마라톤대회를 부활시킨 것이다.
지난 11월8일, 우슬경기장에서 열린 ‘해남땅끝전국마라톤대회’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3,884명의 참가자들이 땅끝의 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주최 측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참가자 수에 사전 신청을 마감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이번 대회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부활’ 때문만이 아니다. 참가자 중 1,000명 이상이 해남군민이었다. 7년 전 대회에서 군민 참가자가 400~500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해남에서도 ‘달리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으며 육상인구의 저변 확대가 눈에 띈 것이다.
이번 대회를 부활시키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7년이라는 공백 끝에 왜 굳이 마라톤을 다시 해야 하냐는 말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병두 회장은 “해남 하면 마라톤이 떠오르게 하고 싶었다. 땅끝마라톤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예산이 없어 추진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해남군과 해남군의회의 협조로 추경이 반영돼 극적으로 개최가 확정됐다.
대회 당일, 우슬경기장에서 출발한 선수들은 금강골저수지와 삼산천 뚝방길 등을 따라 5km, 10km, 하프, 풀코스 네 구간으로 나뉘어 달렸다. 곳곳엔 적십자, 새마을회, 자전거 동호회 등 180여 명의 봉사자들이 급수대와 안전선을 지켰다.
이병두 회장은 “교통 통제가 힘들었다. 방범대, 모범운전자회, 사이클 동호회, 사회단체들이 함께 나서서 큰 힘이 됐고 감사했다. 모두가 함께 했기에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내년부터는 교통 통제 전문인력과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성 있는 인력이 늘어나야 대회의 안전과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회가 단순한 체육 행사를 넘어 지역 축제로 발전하기를 꿈꾼다. 내년에는 해남 특산물 부스, 먹거리 코너, 공연 무대도 함께 운영해, 달리기만 하는 대회가 아니라 ‘해남을 즐기는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이병두 회장은 원래부터 육상인의 가족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지켜보며 육상 문화를 밀접하게 접해왔다.
이 회장은 “대회 운영은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었지만, 하나씩 만들어 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해남의 길을 따라 수천 명이 달리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행사 후 전화를 많이 주셨다”며 환하게 웃었다.
해남군육상연맹은 최근 몇 년 사이 늘어난 육상인구를 대상으로, 육상교실을 열 계획이다. 매주 한 번씩 군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달리기 자세, 호흡법, 기초 체력 훈련을 지도한다면, 육상의 저변 확대가 일어나고 안정적인 정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지역에서 육상을 오래 해온 시니어들을 육상연맹에 합류시켜 대회를 더 내실있고 단단하게 준비해나갈 방침이다.
한편 해남군육상연맹은 내년 2월 ‘해남땅끝전국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하반기에는 군민달리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병두 회장은 “추운 겨울이지만 해남은 다른 곳보다 따뜻하다. 전국 마니아들이 3월 큰 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들어가는데, 2월 해남땅끝전국마라톤대회에 참여하도록 만들 것이다. 매년 해남에서, 그게 우리의 브랜드가 될 거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