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2010년 2월 25일 빗속을 뚫고 이 곳 북평중학교 교정을 처음으로 찾게 되었을 때는 올해의 학교생활이 이렇게 바쁘리라고는 생각 못 했었다.
3월 2일 학생들과의 첫 대면에서 다소 호기심어린 눈동자로 나를 지켜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설레게 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찬찬히 학생들을 살펴보면서 도회지의 학생들에 비해 참으로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지니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의 영혼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꿈과 지혜를 채워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학생들과의 생활 속에서 지역적으로 낙후되고 지리적으로 읍내와 많이 떨어진 여건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이나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이런 학생들의 실태를 잘 파악하고 계셨고 그래서 2010학년도에는 꿈과 비전을 갖게 하는 진로지도를 계획하셨으며 그 첫 단추로 나비의 행복(나는 꿈과 비전이 있어 행복합니다.) 노트를 제작하게 되었다. 밤늦게까지 필요한 자료들을 살피고 발췌하면서 나 자신이 먼저 나비의 행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여러 고생 끝에 나비의 행복 노트 편집을 끝내고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배부되었을 때 마치 모든 학생들이 꿈을 갖고 비전을 세운 것처럼 큰 기쁨을 느꼈다.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의 예리한 실태 분석과 노력으로 삼성꿈장학재단으로부터 배움터 사업 학교로 선정되었고, 중소기업청으로부터도 비즈쿨 운영학교로 지정되어 2,500만원을 지원받아 진로지도, 경제교육, 창업교육,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점과 또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점이 무척이나 다행스러웠다.
첫 행사로 4월 4개교 연합체육대회를 하면서 매우 활동적이고 협동적인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앞으로 전개될 여러 교육적 활동들에 대한 결과를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고장 우수 중소기업 탐방을 시작으로 체험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남들은 모두 쉬는 어린이날에 지리산 프라자호텔에서 개최되었던 진로캠프 때 정말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그 결과로 나의 사명 나의 비전을 작성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희망을 발견했고 그 기쁨도 배가 되었다. ‘선생님 이제는 제가 누군지 알겠고, 앞으로 제 꿈은 이거예요’하며 눈망울이 반짝 반짝 빛나던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실시되었던 sky대학 탐방 활동은 우리 북평중학교 학생들의 시야를 좀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으로 여겨진다.
8월 중순의 무더위 속에 연신 땀을 닦으면서도 세 대학에 대해 열심히 이것 저것 살피는 모습들이 매우 희망적이었다.
이제 해양 진로체험학습과 학교문화 선도학교 운영 과제인 특색 있는 졸업식과 입학식 행사를 통해 우리 북평중학교 학생들 자신의 미래를 가꿀 꿈과 비전이 점점 알차게 영글어 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2010년이 내게는 교직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초심을 다시금 일깨워준 소중한 한 해였음을 가슴 속에 새기며 나 또한 그로 인해 얼마나 행복했던가 생각해 본다.
학생들과 열심히 생활하면서 꿈을 찾아가는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나의 행복 찾기가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 소중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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