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 이렇듯 아름다운 길이


차도 없는 농촌길, 배추밭 마늘밭길 싱그럽고
민가 돌담길, 논둑길, 그리고 사람도 정겹다


풋내가 나고 땅끝의 속살이 드러나는 길, 할아버지도 걸었고 아버지도 걸었고 이제 내가 걸을 땅끝 옛길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
땅끝마을에서 북일 장수까지 이어지는 36km 길에는 차도가 없다. 대신 민가 돌담을 끼고 저수지를 돌고 바닷가를 거닐고, 들녘을 지나는 길만이 있다.
땅끝옛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해남문화원이 다시 개척한 길이다.
해남문화원은 이 길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땅끝길로 명명했다. 문화생태 길이라는 이름에 맞게 철저히 생태를 보전하고 옛길을 다시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해남문화원이 복원한 땅끝길을 걷는 데는 총 12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관광객과 탐방객들의 요구에 의해 구간별 걷기가 가능하다. 1시간 소요 길에서부터 총 구간 걷기까지 관광객과 탐방객들의 요구에 따라 분할 걷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땅끝길에는 이야기가 있다. 해남문화원 박필수 사무국장의 구수한 이야기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지난 20~21일 문광부에서 파견한 모니터링 요원 35명과 함께 땅끝길 탐방에 나섰다. 문화원에서 개척한 후 첫 손님을 맞은 처녀길은 풋풋하게 속살을 드러낸다. 마을과 숲, 바다가 어우러진 길, 고향처럼 포근하다.
36km 땅끝길, 이번호에는 북평 신기마을에서 북일 좌일까지의 구간을 먼저 소개한다. 북평 신기마을에서 시작한 길은 차경과 동해, 동촌, 쇠노재로 이어진다. 이 길은 농촌의 풍경, 겨울철에도 풋풋함이 있는 남녘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길이다.  
북평 김가네식당에서 출발한 일행은 마늘밭과 배추밭 사이를 지나 신기마을에 이른다. 신기마을과 차경마을 사이에 있는 산길을 지나 만나는 차경저수지, 정말 맑다. 차경마을과 동해리 사이에서 도릉골 저수지도 만나고 산길도, 눈둑길도 만난다. 그리고 자연과 소통하며 사색하듯 걷는다.
자동차로 지날 때는 만날 수 없는 길과 무수한 자연들이 소록소록 들어오는 농촌길이다.
동해리에서 만나는 돌담길, 그리고 동촌마을에서 만나는 싱싱한 배추밭과 마늘밭 사잇길, 도시민들에게는 모든 게 새롭다.
해남은 항상 봄이냐고 묻는 도시민들, 마늘밭에서 돌아가는 스프링클러, 초겨울에 밭에 물을 주는 것도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동해리 돌담김에 반하고 이미 빈터만 남은 논둑 길도, 풋풋한 배추밭 길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길은 농촌마을을 모두 끼고 돈다. 또한 논과 밭을 경유한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사람이 있고 풋풋한 들녘, 그리고 동산과 저수지가 있으니 말이다. 동촌마을에서 북일 좌일까지는 쇠노재 바로 밑에 놓여있는 옛길을 복원했다. 그 옛길은 북평 이진에서 서울로 향하던 제주 조랑말도 걸었고 제주도 유배길에 나선 추사도, 완도로 유배됐던 원교 이광사도, 연동과 보길도를 왕래했던 윤선도도 다닌 길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봇짐 짊어지고 5일장을 가던 길이다. 그야말로 유배길요, 교역로요, 장길이었다. 이 길에서 바라보는 성도암, 박필수 사무국장의 입에서 성도암에 얽힌 구수한 전설이 흘러나온다.
이 구간은 총 10km, 사색하듯 천천히 걸으면 4시간이 소요된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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