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인생의 뒤안길에서 해놓은 게 뭐 있냐고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그냥 열심히 살았을 뿐 특별하게 이름 석 자 남겨 놓을 큰일 한 번 한 적도 없고, 누구에게 먹고 살만큼 베푼 적도 없었던 삶이었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연일 몰아치는 한파 속에 등산전문가도 아닌 내가 산을 올랐습니다. 회사 행사 차 문경리조트에 갔다가 이어진 스케줄에 따라 1월 15일 아침 8시 내 뜻과는 무관하게 속리산 산행이 시작됐지요.
평상시 등산복차림으로 아이젠만 챙겨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슬아슬한 빙판길을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는 힘들다는 생각은 해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물론 옆 동료도 있었지만 오로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걸을 수 있어 감사하고, 말할 수 있어 감사해야 했지요. 내 신체는 극한으로 내몰렸지만 그러면서도 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주어져 참으로 감사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하산하는 길이었습니다. 날씨가 그렇게도 추운데, 더 한기가 느껴지는 속리산입구 다리 옆 물가에서는 나이 많은 할머니 몇 분이 약초와 수수, 조, 대추를 팔고 있었습니다.
전부 다 합해야 몇 십만 원도 안 될 텐데 그렇게 한데서 꼭 장사를 해야 하나 싶어서 안타까웠어요.
어쩜 우리나이도 금방 저 나이가 될 텐데 준비되지 못한 노후가 된다면 얼마나 마음 아플까. 필요한 것 몇 가지 사들고 “할머니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요.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렵니다.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렵니다.
하루 한 번이라도 좋은 일을 하며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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