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의 한파를 녹이고 성묫길을 덥혀준 입춘이 오랜만에 이름값을 했지만 분주한 연휴에 묻혀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새삼 “입! 춘! 대! 길!”하고 불러봅니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인지 계절이 숭악한 것인지 입춘이 지났다고 하니 정말 봄냄새가 나는 것도 같군요.
어제 들렀던 마트 야채코너에 누워있던 냉이, 달래들이 온실에서 놀러 나온 것이 아니라 정말 봄의 전령이었다는 착각도 들고 사무실 인근 꽃집의 화초들도 진짜 춘광을 쏘인 것처럼 생기가 돕니다.
60년대 시인인가? 김재원 시인이라고 있었는데, 사상계에 실린 ‘입춘에 묶여온 개나리’라는 시가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종로통을 지게에 실려 가는 개나리를 보고 봄이면 개나리가 들과 산, 울타리 등 제자리에서 피어야 하는데…. 강제된 세태를 비판한 시로 기억이 됩니다. 연휴에 덤핑으로 지나가버린 입춘, 여러분은 지게에 실려 가는 사이비 봄이 아니라 늘 그 자리 제자리에서 아롱대는 아지랑이 살랑이는 봄바람과 함께 없는 임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봄볕에 살짝 얼굴도 그을려주는 센스로 짱짱하고도 실한 새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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