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종 야생화 천국 희귀한 무늬종도 수두룩
읍 아이비 카페, 전국 야생화 마니아들 관심


그리도 추웠던 겨울을 이기고 야생화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 생명력에 감사드린다. 내가 반긴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올해도 어김없이 대지를 뚫고 나와 대면한다. 그 많은 야생화들과 인사를 나눈다. 올해도 건강하게 잘 자라자고.
우리 가게에는 1000여종에 이른 다양한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다. 화분의 개수는 2000여점이 훨씬 넘는다. 그 많은 식구들과 매일 이야기를 나눈다. 구석에 있는 야생화에게도 눈인사를 보내며 사랑을 전한다. 야생화들은 나의 눈빛을 안다. 나의 숨결과 발걸음, 목소리도 죄다 기억한다. 그 모든 행위에 사랑이 묻어있을 때 야생화들은 더욱 튼튼히 아름답게 싹을 올리고 꽃을 피운다.  
야생화와 소통을 한지도 20여년이 흘렀다. 각각의 야생화들이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알게 된 세월이었다. 만나는 횟수가 늘수록 야생화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장점 등을 내게 알려준다. 그러면 나는 그에 맞게 그들을 키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려 수형을 만들고 집도 마련해 주고 어울리는 다른 수종도 곁들여준다.
20여년 전에 산에서 우연히 접했던 야생화, 감동으로 다가왔던 그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해 집에서 야생화를 키우기 시작했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크는 야생화를 보고 주변에서 자신의 집도 그렇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많아 한때 이집 저집 베란다를 꾸며준 시절도 있었다. 집을 조금만 나서도 자연은 우리 곁에 있는데 우린 그 여유를 갖질 못한다. 집으로 옮겨온 자연과 소통한다는 것도 굉장한 삶의 활력이다. 비록 작은 야생화지만 마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야생화 수가 늘어나면서 가게 옆에 작은 비닐 수목원을 지었다. 우리나라에는 4000여종에 이른 야생화가 자생한다. 그 중 나의 수목원에는 1000여종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주로 야생화 회원들을 통해 분양받은 것이며 지금도 귀한 야생화가 있다면 가게 문을 닫고 전국에 산재한 회원 집으로 달려간다.
분양받은 야생화는 그 야생화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자연 조건을 맞춰준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적다. 또 삽목을 통해 수를 늘리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분양해 준다.
작은 비닐하우스 수목원에서 야생화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로 야생화에게 미안한 일이다. 비록 자연에서 채취한 것이 아닌 회원들에게 분양받아 키운 것이라 해도 자연에 돌려주고 싶을 때가 많다. 그래서 넓은 터를 갖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찾아가는 나의 벗 야생화, 하나의 생물이 이렇듯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을까. 대면과 동시에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전한다. 봄이 되면 싹을 올리고 꽃을 피우고, 겨울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경건함마저 느낀다.
깨진 기와와 항아리도 소중한 나의 소품들이다. 그냥 버려진 돌도 야생화와 잘 어울린다. 야생화에 어울릴 소품이 있으면 내가 키운 야생화를 주면서까지 얻어온다.
귀한 야생화는 번식을 시킨다. 우리집 야생화가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구입 문의가 들어온다.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야생화에 대한 지식을 더욱 넓힌다. 우리집에서 자란 야생화는 최적의 자연 조건을 맞춰 기르기 때문에 쉽게 죽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야생화마다 제각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 가치를 살려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야생화도 유행을 탄다. 요즘 들어서는 무늬동백에 대한 관심이 크다. 나도 다양한 무늬동백을 키우고 있고 삽목도 한다.
물론 야생화 중에는 희귀종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야생화가 다 귀하고 정답다.
내가 야생화를 키우고 있다지만 야생화는 나의 스승이다. 건강을 주고 삶에 긍정적인 힘, 나눔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무엇엔가 몰두한다는 것은 생각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다. 그래서 작은 이끼하고도 나눔을 이야기 한다. 다양한 야생화를 통해 인간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게 되고 야생화의 특성을 보면서 모든 사람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음을, 모두 가치가 있음을 배우게 된다. 나보다 먼저 봄을 알려주는 야생화, 봄과 동시에 수목원이 깨어났다. 나도 깨어났다. 또 숱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모두의 얼굴에 봄의 생기가 돋는다.      
우리지역에서 가장 많은 야생화가 있는 아이비 카페는 해남읍 해리 해남세무서 옆에 위치해 있다. 1000여점의 작은 야생화 천국, 대부분이 희귀한 무늬종이다.
박은혜(53)씨가 가꾸고 있는 이곳에는 갖가지 야생화와 함께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화분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야생화는 한마디로 작품이다. 현무암 바위에서 태어난 이끼도 난도 모두가 살아있는 예술품이다.
박 씨는 현재 전국 무늬종야생화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의 : 537-3377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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