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여백 강조, 꽃으로 그린 수채화


절제의 미덕으로 조선인의 마음을 담는다
꽃꽂이로 해남의 문화영역 넓히는데 기여


꽃으로 그린 수채화입니다. 절제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조선인의 마음, 동양 꽃꽂이는 화려함보다는 선과 여백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절제미에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꽃을 화려하게 꽂은 것이 서양 꽃꽂이라면 동양 꽃꽂이는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의 선을 그대로 살려내는데 특징이 있습니다. 조금 허전한 듯 하지만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르려는 동양인의 철학을 반영한 꽃꽂이지요.
자유스럽게 뻗어나간 나무줄기와 강렬한 색의 꽃, 이것을 받쳐주는 화병이 조화를 이룬 것이 동양꽃꽂이입니다.
사람들은 먼저 꽃을 봅니다. 그리고 나무가 주는 선을 바라보고 여백 사이로 보이는 공간의 미를 느낍니다.
여백은 보는 이들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꽃꽂이가 다 채우지 못한 여백은 관람자들이 나름의 미적 감각으로 마저 채우는 것이 동양 꽃꽂이의 특징이지요.
동양 꽃꽂이를 공부한지 2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해남에서 살면서 꽃으로, 꽃꽂이로 사람을 만납니다. 꽃을 매개로 만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이성보다 감성으로 만남을 표현합니다. 꽃을 전해주는 나보다는 꽃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꽃을 닮아 마음도 예뻐요, “벌써 이 꽃이 나왔네요” 하며 마음의 느낌을 풍부하게 표현합니다. 조용한 이들은 미소로, 꽃에게 찬사를 보내지요. 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순간 정화를 시킵니다. 누구나 꽃 앞에서는 진실만을 품습니다. 그런 꽃이 너무 좋습니다.
이러한 꽃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미적 감각과 사물에 대한 가치를 끝없이 넓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25년간의 꽃꽂이 경력은 비움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마른 나뭇가지에 꽃 한 송이, 그러나 그 비움이 주는 가치의 미는 너무 큽니다. 동양 꽃꽂이는 화려함 보다는 잔잔함, 선을 중시한 비움에 있습니다. 해남에 살면서 100여명 이른 이들에게 동양 꽃꽂이를 가르쳤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화려함을 좇습니다. 욕심도 부립니다. 그러나 여백의 미를 알았을 때, 선과 색으로만 내는 꽃꽂이의 가치를 알았을 때 누구나 비움을 추구하게 됩니다. 매화가지 하나, 보리 이삭 하나도 작품이 됨을 알게 됩니다.
꽃꽂이도 예술영역입니다. 꽃꽂이 작품을 자주 대하다보면 예술에 대한 혜안이 열립니다. 어찌보면 꽃꽂이는 추상영역입니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예술영역인 추상, 추상작품인 꽃꽂이를 통해 한국화와 한국무용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자연의 모든 사물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게 되고 그 모든 것이 더해져 하나의 세계가 완성된다는 조화를 알게 됩니다.
동양 꽃꽂이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이 만나 필연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한마디로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똑같은 꽃이라도 화병이 도자기였을 때와 유리를 만났을 때와의 느낌이 다릅니다. 어떤 소재를 만나느냐에 따라 너무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동양꽃꽂이의 매력이지요.  
끝없이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봅니다. 나의 혜안을 만족시키는 작품은 남의 마음도 사로잡습니다. 해남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면서 내가 지역사회에 환원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꽃꽂이일 것입니다. 꽃꽂이라는 소재를 통해 해남의 문화영역을 넓히는 것, 하나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미적 혜안을 넓혀주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활 속의 작은 작품과 행위가 해남의 문화를 더욱 성숙시킨다고 보기에 이 일이 너무 좋습니다.                                    박영자 기자/


조명옥(56)씨는 이윤선씨에게 동양꽃꽂이를 사사받았고 해남에서 조명옥꽃방을 운영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회원전, 해남에서는 제자들과 함께 2회에 걸쳐 꽃꽂이 전시회를 가진바 있다. 또한 성전 꽃꽂이와 각종 행사장 꽃꽂이 등을 통해 해남의 꽃꽂이 수준을 현저히 높인 이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