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정말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자다가 그냥 편안하게 자다가 그녀는 깨어나지 못했다. 그 말을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뭐랄까 깊은 심연 속으로 빠지는 듯한 허탈감을 느꼈다. 아직 한참인 너무나도 젊은 그녀가 그렇게 정말 죽었다라는 게….
며칠 동안 아니 한동안 마음이 우울했다. 재미가 없었고 사는 게 뭐 다 시시하고, 한편으론 이렇게 저렇게 다 가는 인생 뭐 그리 심각하게 살 거 있나 하는 자괴감도 들고, 혹 내가 모르는 우리가 모르는 그녀만의 비밀이 있을까 해서 여러 소식과 소문들을 종합해 봐도 그녀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모범적인 생을 살았을 뿐…. 아 그쯤 되니까 사는 게 더 허무해지고….  
그녀는 어느날 아기 머리통만한 수박을 가져왔다. 자기 마당에서 딴 거라고 하면서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그녀가 오면 난 늘 같은 음악을 들려주곤 했는데 그녀는 그것이 어려운 인도 음악이었음에도 잘 흥얼거리며 따라하곤 했다.
수박에 대한 답례로 아내가 김치를 한 병 담아서 주면 너무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황홀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곤 했다. 이번 겨울엔 딸이 있는 뉴질랜드에 가서 친구처럼 딸과 지내고 오겠다고 들떠 있었고, 거기는 여름이니까 옷을 거꾸로 가져가야 한다고 재미있게 말하곤 했다. 그녀는 정말 밝았고 가끔 무언가를 설명해주면 너무나도 진지하게 들어서 머쓱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그녀를 버린 남자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했지만 끝내 물어보지는 못했고 그녀도 너무나도 담담하게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곤 했다.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해 있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 그녀였다. 어찌 할 수 없는 한계, 인생 산전수전의 한 부분들, 안타까움….
봄비가 조용히 내리는 고즈넉한 이 아침 그녀의 얼굴이 생각난다. 장례식 날 그녀가 좋아하는 여러 음악을 틀어놓고 모두가 한 번씩 마지막 그녀의 얼굴을 보는 때에 마침 그녀가 흥얼거리던 음악이 흘러 나왔었다. 눈물이 흘러 저 북극 만년설의 눈을 다 녹일 때까지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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