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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개 장석장이 유석종씨
전통 방법을 고집하며 각종 장석을 만들어내는 장인이 있다.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유석종(73)씨는 부모의 가업을 잇고 있는 장인이기도 하다.
한때 유씨는 전국의 주요 건물의 장석을 제작하며 이름을 날렸다. 서울 경국사 대웅보전 문 장석도 그의 작품이다. 경국사 대웅보전 문 장석에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장인들이 모여 들었다고 하는데 유씨의 솜씨가 워낙 탁월해 경국사 측은 유씨에게 동장석을 맡겼다고 한다. 대흥사 백화암 철장석도 그의 작품이다.
유씨는 주로 문과 관련된 장식품들을 만들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대문 문고리 옆에 달린 둥그런 장석은 집 주인이 쓰는 갓 테두리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선비의 집은 원이 크고, 평민의 집은 작다고 하니 대문만 보고도 그 집 주인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진에서 태어난 유씨는 10대 때 아버지로부터 장석 일을 배웠다. 그리고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돌고개에 성냥간을 열었다. 워낙 솜씨가 좋아 두어번 방송을 탔던 유씨는 그때마다 여기저기서 주문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한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장석을 배우고 싶다는 문의는 왔으나 실제 배우러 온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 그는 조카가 배우겠다고 나서지만 말리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장석 일이 생계와 멀기 때문이다.
유씨는 장석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날에 걸쳐 도안을 하고 불을 먹이고, 일일이 망치로 두들기는 수고를 거친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작품은 어느 순간 기계화된 공장에서 모방해 대량으로 찍어내 버린다.
유씨가 만들어낸 작품은 수공품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이지만 영혼이 없는 닮은꼴들은 무수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전통 장석을 만드는 자신을 성냥장이로만 생각하지 장석기능보유자 즉 장인으로 여기지는 않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 물론 유씨를 알아주는 사람도 있다. 그를 장인으로 부르고 대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씨는 한옥을 짓는 목수들도 값싼 공장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신이 설자리는 자꾸 좁아만 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여기저기에 장인 신청을 해보해보았지만, 지금은 의지가 많이 꺾인 상태란다. 평생을 문 장식을 만들며 살아왔지만, 기능보유자의 문은 그에게 열리지 않는 문이었나 보다.
안타깝게도 유씨의 무형 자산은 전수되지 못하고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장석 일 자체가 돈벌이가 되지 않아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