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서 있던 짙푸른 동백은 그냥 동백이었습니다.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봄날에도,
흰 눈에 덮여 고물버스가 재를 넘지 못할 적에도
그저 동백일 뿐이었습니다.
지난 여름 배롱나무꽃이 만발할 즈음
육신만 남겨 놓고 홀연히 떠나신 엄마를 모셔둔 우슬재!
이 봄 문득 찾은 양지녘 엄마의 집,
지붕위에 갓 피어난 할미꽃을 보고……
엄마!
조용히 불러 봅니다.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지난날의 동백은
엄마의 생전 모습이 되어 따스한 미소로 다가옵니다.
봄볕이 너무 따사로움인가?
자꾸만 짙어가는 아지랑이가 엄마의 모습을 흐리게 합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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