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밭둑에 털썩 주저앉아 쑥을 캤습니다. 쑥의 향기만은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일 년치를 삶아 냉동실에 보관 해놓고 먹을 내 건강을 지켜줄 소중한 보약 쑥입니다.
무슨 긴장된 일이나 되는 듯 땅만 보며 쑥을 캐는 내게 아내가 한마디 던집니다. “엄청 큰일이나 하는 것처럼 긴장하요이~~!”
할 말이야 많겠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자기야!” 하고 불렀습니다. “응.” “쑥 캔께 재밌지?” “진짜 재밌는 말이요.” 하며 웃습니다.
언뜻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 추웠던 겨울 절대 꺾이지 않을 듯 했던 겨울은 슬픈 눈물만을 남기고 보이지 않을 듯 아지랑이가 되어 이별의 손짓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촌 당숙이 우리 밭에 터널 고추를 심고 있었습니다. 일이라면 똑 소리나게 하신 그분도 세월에 밀려 많이 변하셨고 숙모님은 힘든 일 차고 나가시려 젊어서 돼지고기를 그리 좋아 하시더니 당뇨라는 불청객이 찾아들어 얼굴에 병색이 완연 합니다.
잠시 쉬면서 안부를 물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점심 먹자고 하는 걸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터벅터벅 자리를 떠납니다. 어릴적 심심하면 대나무 하나 꺾어 칠자 낚시 하나에 연실 조금 매달아 문저리 잡으러 다녔던 집 뒤 갯가로 향했습니다. 그 길마저도 찾지 않는 인적에 거칠거칠 합니다. 둘이는 어느덧 원둑에 다다릅니다. 해지는 갯바닥과 내리쬐는 태양, 은빛 바닷물을 보며 한참을 그렇게 원둑에 앉아 평화로운 시간도 갖고 똘창기도 잡아보려 돌도 떠들어 봅니다. 아내가 화랑게 한 번 잡아보라고 주문합니다. 게으른 탓에 갯벌에는 들어가기 싫습니다.
배가 고파집니다. 아내와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어느 기사 식당에서 정갈한 시골반찬과 다름없는 맛있는 점심백반을 먹습니다. 피곤했을까요? 그렇게 둘은 오후 한두 시간을 곤히 잤 습니다. 휴일 하루가 지나갑니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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