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술자리가 잦다. 외국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2년간 얼굴을 보니 못 보니 하면서 격려차 또는 환송치레로 술자리가 많다.
며칠 전에도 몇 잔하고 늦게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었다.
가끔 술 마신 날은 자다가 일어나 물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그날도 한참 자다 목이 말라 깨서 냉장고에서 물을 찾는데 보리차 끓여놓은 물통 위에 옥수수 수염차가 있어서 아주 짧은 순간에 ‘웬 옥수수차!’ 하면서 손이 옥수수차로 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병째 벌컥 들이마셨는데 아차차, 이게 웬 날벼락인지 뭐가 아주 짠맛과 톡 쏘면서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도저히 목구멍에 넘길 수 없었지만 몇 방울은 넘어간 것 같고, 온 입안이 형언할 수 없는 맛으로 가득했다. 바로 맹물로 헹구어 내기를 반복해도 미칠 지경이다.
할 수 없이 나물을 좀 먹고는 겨우 진정이 된 후, 자는 마누라를 깨웠다.
“어이, 이 사람아 잔 일어나봐. 저거 뭐여. 저것이 뭐냐고? 옥수수차병에 든 거 뭐여. 사람 잡을라고 이 사람이. 정말 성질나네.”
자다 깬 베시시한 실눈으로 마누라 “그거 수유리 엄마가 낮에 준 까나리 액젓인데 왜?”
“그럼, 그걸 딴 데 놔야지 냉장고 물통 옆에 놔두면 어떡해. 나 그거 모르고 마시다 지금 입안이 짜서 죽겠다. 마누라가 살림을 잘해야지. 똑바로 해 이 사람아.”
그 와중에 마누라는 킥킥 웃는다.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이 사람아.”
두들겨 팰 수도 없고, 그날 잠 다 깨고, 한참 지나도 얼얼한 혀, 짜디짠 간장맛과 그 까나리액젓의 오묘한 맛을 한참이나 아주 진하게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까나리 액젓의 첫 경험 다시 떠올리기도 싫다.
술 마시고 자다가 깨서 물 마실 때 정말 주의하십시오. 혹시 의심가면 자는 마누라 깨워서 확인 후 드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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